참 불공평한 세상이다. 성(性)상담을 하면, 성욕 저하나 발기부전 등 성기능이 저하돼 고민인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너무 센(?) 것이 문 제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40줄이 넘어 가는데 신혼 때나 지금이 나 하루 도 거른 적이 없다든가, 남편이 너무 힘들어 한다며 성욕을 억제하는 약 을 처방해 달라는 등, 가 끔은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듣게 된다. 주위 사람 들이 야 부러워할 일일 수도 있겠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큰 괴로움이 아 닐 수 없다.

의학적으로 성욕 저하증이나 성 혐오증과 같이 성 관계를 멀리하게 되는 병은 흔하다. 하지만 성적 욕구 의 항진은 크게 문제삼지 않는 경향이 있 다. 정신의 학적으로는 ‘의처증’이나 ‘의부증’과 같은 망상장 애, ‘ 조증’이나 ‘비정형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 애의 경우 병의 2차적인 증 상으로 성욕의 일시적인 증가가 있을 수 있다.

성욕과다가 주된 증상인 질환으로는 ‘돈 주안니즘’ 과 ‘님포매니아’ 가 있다. 아직은 진단명으로 확정 되지 않았지만, 우리말로는 ‘색정증’ 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돈 주안니즘’은 희대의 바람둥이 ‘돈 주안’(돈 환)의 이름에서 유 래된 것으로, 많은 여성과 잠자리 를 갈망하는 병이다. 대개는 깊은 열등 감이나 무의식 적인 동성애적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강박적으로 성행 위를 추구한다. ‘님포 마니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 오는 아름다운 바다의 요 정인 ‘님프’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나친 성관계를 갖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 힌 여성을 말한다. 흔히 오르가즘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 모든 정력가(?)들이 ‘색정증’ 환자 는 아니겠지만, 성적인 욕구가 너 무 강하다는 것은 정신적 원인이 있는 병일 수도 있다. 즐겁게 함께 나 누어야 할 섹스가 일방적인 요구나 괴롭힘이 돼서는 안되겠다. 지나치지 도 모자라지도 않고 서로 만족할 만한 정도의 사랑을 나누기 위한 노력 이 더 중요하 다.

한국성과학연구소
고려제일신경정신과 원장
김진세 (02)859-4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