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워 죽겠어요. 하루도 안 걸러 요. 돈이나 많이 벌어오면….” 필자의 진료실에서 만 난 40대 중반의 한 주부는 남편이 하루종일 그 생 각 (?)만 하고 사는 사람이라며 하소연을 했다. 비교적 건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남편은 IMF때 실 패를 하고는 변했 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잠자리를 피 하던 경우가 많았는데 사업실패 후에 는 반대로 부부 관계에만 지나치게 몰두했다.

만약 아내가 거부라도 하면 화를 내고 초조해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으 로 인한 스트레스는 자칫 남녀 모두에게서 성기능이 제 대로 유지되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거꾸로 스트레 스를 풀고, 현실의 불 안과 갈등으로부터 도피하기 위 해 섹스에만 탐닉하는 병을 ‘섹스 중독 증’이라고 한다.

섹스 중독증은 성적 충동을 참지 못하고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함에도 위 험한 성행위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온종일 성적인 환상에 젖어 있으 며 반드시 성행위를 해야 불안이 해소된다. 성에 대 한 집착을 끊을래야 끊 을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마침내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에 막대한 지 장을 초래 한다. 물론 섹스는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러나 현실의 어려움은 뒤로 한 채 하 루가 멀다 하고 경제에 대한 걱정과 실직의 불안을 해 소하고자 아내와의 잠자리에만 몰두하고 섹스에 탐닉 한 다면 문제다.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과 마찬가 지로 ‘섹스 중독’은 정신과 육체 를 병들게 하고, 사회생활에서 실패하게 한다.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 할 수렁으로 빠져들게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섹스 중 독증은 심리적 상태를 호전시키는 약물과 상담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한국성과학연구소
고려제일신경정신과 원장
김진세 (02)859-4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