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전문가 “센스있는 아내 잠자리 남편공략법 알아”

ㆍ“남자들 갈등 해소 섹스만능주의가 문제”

우리 시대의 성은 몇 분의 몇 박자일까. 그 빛깔은 어떠한가. “성(Sex)은 인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가장 강한 결속의 원천”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소중하고 성스러운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우리사회는 성의 건전성이 많이 훼손되고, 왜곡과 일탈된 부분이 상당히 커지고 있다. 부부간의 섹스리스가 늘어나고, 이에 비례해 불륜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실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성의 불건전성이 급속 확산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생기고 있다. 올바른 성과는 한참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성은? 스포츠칸은 창간 3주년 기획으로 3인의 전문가를 초청해 ‘심야 정담(鼎談)-우리시대의 성담론, 그리고 로맨스’라는 주제의 좌담을 개최했다. 특별한 사회없이 성과 예술, 교육, 의료 등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3인의 난상토론을 통해 우리사회의 성의 실태 및 색깔과 향기, 그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이윤수 박사(이)=경향신문에서 ‘스포츠칸’이 창간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주년을 맞았군요. 축하합니다. 그동안 스포츠칸이 오늘의 주제인 성에 관한 좋은 기획을 통해 독자에게 어필해온 것을 지면을 통해 잘 압니다. 이번 토론회도 그 연장선상이겠죠. 바쁘신 가운데 멀리 안동에서 오신 이혁발 화백, 그리고 어렵게 시간을 내주신 배정원 소장님, 반갑습니다. 뭐부터 얘기할까요. 최근 성의 3대 트렌드 중 하나가 불륜이라는데…. 요즘 잘나가는 아줌마들, 애인 하나 없으면 기죽는다는 말이 있어요. 드라마도 불륜을 주제로 하지 않으면 뜨질 못하지 않습니까?

▲배정원 소장(배)=요즘 기혼여성의 불륜 상담이 의외로 많습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기혼 여성 불륜으로 인한 이혼이 크게 늘고 있어요. 상당수 자기 남편에게 만족을 못느끼는 경우인데, 이런 이유 때문에 파트너를 밖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생기는 거죠.

▲이혁발 화백(발)=제 주변을 봐도 40대 이후 애인을 사귀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저도 혼자 살다보니 유부녀의 유혹을 받을 때가 적지 않습니다. 좀 얘기를 해보면 부족한 (몸과 마음의)사랑을 채우고 싶어하는 욕망이 느껴집니다. 얼마전 어느 연예인 부부가 이혼하면서 “일년에 한번 했다”고 했는데, 그런 일이 어느정도 실제 상황인 것 같아요.

▲배=남자의 외도는 ‘저 여자와 한번~’ 하는 감각과 호기심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자의 외도는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라는 측면이 강합니다. 남편과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지요. 여자가 결혼할 때 아무생각 없이 하는 경우가 있어요. 단순히 나이가 차서, 상대가 착해서 결혼했다면 맞는 상대를 제대로 만나기 힘들겠죠.

▲이=부부간에 뜻을 맞추고, 정서를 맞춰가야 되는데 노력을 안하는 게 문젭니다. 부부간 섹스리스가 요즘 심각합니다. 남자는 직장이나 사업으로 바쁘고, 밖에서 유혹에 휩싸이다 보면 아내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어요. 잠자리가 멀어지고, 남편에 대한 불만이 쌓인 아내는 아이가 커서 시간적 여유가 나고, 특히 경제력이 생기면 새로운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쏟게 되죠. 자신에게 신경 써 주는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불륜이 싹트는 거 아닐까요?

▲배=여자가 외도하는 이유는 상당부분 “상대에게 이성으로 보이고 싶다”는 것일 거예요.

▲발=부부간 섹스리스의 증가는 오래 살다보니 하는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섹스의 쾌감은 부부의 행복을 북돋아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즐기는 성’, ‘쾌락의 성’도 장려돼야 합니다.

▲이=이화백은 아직 미혼인데, 부부간 성에 대해 본질을 상당히 꿰뚫고 있군요.

▲발=주변 친구들의 얘기를 많이 듣고, 유부녀들과의 대화에서도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나죠. 작품 활동을 하면서 성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많이 연구하는 편입니다.

▲이=요즘 이혼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부부간 섹스리스와 불륜 때문입니다. 섹스리스와 불륜은 서로 밀접한 면이 있죠. 과거에 남자는 밖에서 해소하고, 여자는 참았지만 이제는 양상이 좀 다른 것 같은데요.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에서 이혼을 부추기는 측면도 없지 않아요. 부모까지도 참지 말라고 합니다.

▲배=비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는 것도 불륜과 연관성이 큽니다. 이혼녀, 독신녀, 이혼남, 기러기아빠… 등등 홀로 있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잖아요. 또 같이 살고는 있지만 정서적 이혼이나 육체적 이혼 상태에 이른 경우가 상담을 해보면 너무 많습니다.

▲발=이혼이 가정의 해체와 청소년 문제 등 국가적인 손실이 되는 것이 명확하다면 이혼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부부간 섹스의 즐거움을 가르쳐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유교적인 사고를 벗어나 몸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섹스의 방법, 예컨대 여성에게 ‘오르가슴 성공법’과 ‘남성 공략법’등을, 남성에게는 자신만 생각하는 섹스가 아닌 아내와 함께 즐길 줄 아는 섹스교육, 테크놀로지에 대한 구체적인 포인트를 제시해주는 교육 말입니다.

▲이=부부끼리는 같은 방을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배=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씀인가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안방, 건넌방이 지척에 있는 현대의 가옥구조도 문제가 있어요. 또 중·고생 자녀들이 학교에서 밤늦게 오니 맘놓고 성을 즐길 수 있겠어요? 최근 광우병 촛불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이제 늦었다, 집에 가라”고 하니 “우리에게 열한시 열두시는 이제 시작이에요”라고 했다잖아요. 아이에게 부부의 인생뿐 아니라 성도 얽매이는 거죠.

▲이=마음이 멀어진 상태라면 명목상의 기러기부부나 마찬가집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기러기 엄마·아빠들이 상당히 망가지는 것도 인지상정에서 비롯되죠. 몸이 멀어졌는데 마음을 지키기가 쉽지는 않겠죠.

▲발=드라마에 많이 나오죠. 남자가 차이는 슬픈 사연 현실에도 많습니다. 좀 다른 견해가 있는데, 각방을 쓰면 더 애틋해지지 않을까요. 조선시대 안방, 사랑방처럼. 주말부부나 기러기 부부들은 더 애틋해질 것 같은데요.

▲배=그건 친밀감이 살아있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있는 금실 좋은 부부가 있는데, 서로 만나서 며칠만 지나면 서로에게 귀찮은 감정을 느끼게 된답니다. 하물며 서로의 감정이 죽은 상태라면 각방은 위험하기 짝이없죠.

▲이=발기부전이나 조루 등 성기능에 문제가 있어 환자가 찾아오면 싸우더라도 같은 방을 쓰라고 권합니다. 특히 대화하는 방법과 인식이 잘 믹스가 돼야 해요.

▲배=부부간의 문제가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노하우가 부족한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이=맞아요. 남자들은 섹스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려고 하죠. 잘 해주지도 못하면서(하하하). 화해의 제스처로 애정표현과 섹스는 한계가 있습니다. 불만을 미봉하는 수준이죠.

▲배=제대로 화해가 안된 상태에서 몸으로 풀려는 시도는 모독이나 마찬가지에요. 남자들은 몸으로 풀려고 하지만 여자들은 먼저 말로 풀어야 제대로 풀리는 건데, 몸으로만 풀려고 하니까 문제인 겁니다.

▲발=역시 부부간의 성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눈을 돌리지 않게 하려면 ‘쾌락의 성’을 인정하고, 적극 권장해야 합니다.

▲배=평균수명이 길어지면 이혼-재혼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누군가에게 애정을 구하는 존재가 되는 거죠. 한번 결혼에서 끝장을 보려는 노력이 없다면 이혼-불륜-재혼은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이=역시 그래요. 배소장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30세에 결혼하면 50년을 같이 살아야 하는데, 피나는 노력이 없으면 같이 늙어가기는 힘들겠죠. 이중 핵심 중 하나가 성입니다. 부부간 여러 갈등 중 성갈등 하나라도 줄인다면 불륜이나 파경은 그만큼 줄어들 것 아니겠어요. 가정의 달을 맞아 깊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스포츠칸이 이런 좌담을 마련한 것도 보다 올바른 성의 지평을 위해서가 아닐까요!

어둑어둑 초저녁에 시작한 이날 좌담은 밤이 깊어 가면서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불륜과 부부간의 성문제로 애기의 실타래를 풀어가던 패널은 성교육, 아이의 성, 청소년의 성문제, 성매매, 포르노, 성범죄, 간통제, 스와핑, 변태 등 중요한 과제에서부터 민감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참석자>

이윤수(한국성과학연구소장, 비뇨기과 의사)

배정원(연세성건강센터 소장, 성교육 전문가)

이혁발(서양화가, 설치·행위미술가)

<글|박효순기자 anytoc@kyunghyang.com·사진|권호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