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칼럼니스트 정정만 박사가 들려주는 性이야기

 

 

최근 미국에서 때 아닌 ‘퓨어 오미터(pure o meter)'라는 첨단 처녀 감별기가 등장했다는 소문이 있다. 

 

아랫도리에 대기만 하면 처녀는 파란 불이, 중고 처녀는 빨간 불이 켜져 처녀성 여부를 금세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정조와 지조가 여성 최고의 미덕으로 칭송되던 조선 시대 미풍양속은 이제 유물로 남아 있다. “한국 여성 41%가 혼외정사 경험” 연전 시사 주간지 타임지에 실린 내용이다. 

 

그것도 아시아 지역 국가 가운데 단연 최고라니 도무지 믿기 어렵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기사화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조사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해명성 추가 보도가 이어 졌지만 41%라는 수치에 미달될지언정 상당수 유부녀가 남편의 눈을 피해 잡탕 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기야 닳아 헤진 것도 아니고 흔적이 남는 것도 아닌데…감시인의 눈길을 피해 잠깐 문을 열고 볼일 본 다음 시치미 뗀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하나도 없다. 원초적 ‘끼’ 때문에 여러 남자들을 섭렵하는 여성도 있을 테고 배우자의 외도에 대한 복수(復讐)의 수단으로 선택한 화풀이 식 노간(怒姦)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죽여주는 분위기 탓으로 어쩌다 딱 한번 감행한 과실치간(過失致姦)도 있을 테고 남의 떡이 크게 보여 저지른 우간(遇姦)도 있을 것이다. 

경제적 원조를 빙자한 금간(金姦)이나 권문세가의 힘에 눌린 역간(力姦)도 있고 남편보다 엄청 커다란 기교로 육체적 허기를 100% 채워주는 물건 맛이 너무 좋아 빠져 들어간 미간이나 중독간(中毒姦)여성도 있다. 망할×들… 정조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필수가 아니라 지켜도 좋고 파기해도 무방한 선택 사항이 된 세상이다. 

이제 정조 해이 현상은 동방예의지국에서조차 통제 불능의 물결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문의 혈통을 보존할 수 있는 비책은 전무한 것일까? 조금만 기다려 보자. 가까운 미래에 성교 횟수를 보여주는 여성용 순결 탐지기가 등장할 수도 있으니까. 여성의 이마에 살짝 대기만 하면1초 이내에 출생 후 경험한 총 섹스빈도를 또렷한 숫자로 표시해 주는 획기적 상품 말이다. 초야대첩(初夜大捷)후 잠에 떨어진 신부의 이마에 리트머스 시험지를 살짝 대기만 하면 혼전 섹스 횟수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처녀감별이 가능하다. 

여성이 성적 자극을 받으면 질 벽에서 독특한 단백질을 분비하고 이 물질이 남자의 사정액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성행위 때마다 순결 칩에 입력된다. 이 정량적 데이터를 리트머스 페이퍼에 기록해주는 것이다. 남성 파트너는 방사를 벌릴 때마다 이 수치를 기억하기만 하면 여성 배우자의 도둑질을 평생 동안 감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강에 배 지나간 후에 자국조차 확인 할 길 없던 남자들에겐 비상(飛上)의 상품이요, 

처녀막의 의미가 퇴화의 흔적으로 격하되어 족쇄를 벗은 난행(亂行)의 여성들에겐 엄청난 충격일 것이다. 한 여성단체에서 ‘처녀막’이라는 이름을 바꾸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처녀막이 ‘처녀 품질 보증서’나 되는 것 같은 오해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겠다는 의도다. 처녀막이라는 용어는 여성을 비하 하는 마초 문화의 잔재요 남성 쇼비니즘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옛날에 비해 순결의 의미와 가치가 크게 절하되고 예비 신랑들도 굳이 처녀 타령을 하지 않는 마당에 여권(女權)의 본질을 벗어난 번외(番外)의 집착은 아닐까? 시대와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초야의 파과(破瓜)를 증명하는 일이 혼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때도 있었다. 조선 왕조의 왕비 간택 과정에서는 모든 덕목에 앞서 일단 처녀가 아니면 후보에 오를 수 없었다. 

당시에는 여성의 순결이 최고의 가치요, 최대의 덕목이었다. 단순히 남존여비나 남성의 소유욕 또는 정복욕 탓이라기보다는 순결한 여성의 몸을 빌려 순정 정품의 후손을 생산함으로써 가문의 맥을 전승하기 위한 배려였다. 더구나 혈통을 조건으로 왕권이 세습 되는 봉건 왕조 시절에는 여성의 순결이 필수적이었을 게다. 선대의 조상들이 처녀성을 강변했던 까닭은 혈맥을 따지는 문화에서 태동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바뀌었다. 엄청나게 변한 것이다. 처녀막 재생 수술의 수요도 엄청나게 줄었다. 최근 미국에서 때 아닌 ‘퓨어 오 미터(pure o meter)'라는 첨단 처녀 감별기가 등장했다는 소문이 있다. 

아랫도리에 대기만 하면 처녀는 파란 불이, 중고 처녀는 빨간 불이 켜져 처녀성 여부를 금세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계의 원리나 정확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이 기계가 처녀성을 감별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라고 해도 처녀성의 의미가 퇴색된 지금, 처녀 감별기가 상품화되긴 어려울 것 같다. 원래 인체라는 것은 십인십색(十人十色)이다. 게다가 여인마다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여 경험 많은 의사라면 시진(視診)만으로도 ‘신구(新舊)’ 여부를 구별할 수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다. 처녀성 유무를 따지기 보다는 그저 ‘처녀이려니’ 생각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할 것이다. 

퓨어 오 미터라는 것도 신품에겐 당당한 자부심을 주겠지만 중고 처녀들에겐 어차피 기계적 오작동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처녀막이 처녀의 필수적 물증이라는 전통적 의미가 소실된 마당에 처녀막이란 ‘없어도 좋고 있으면 더욱 좋은 부품’으로 존속하고 있다. 그것이 거스를 수 없는 21세기의 새로운 물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