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C양은 6년간 연애해 결혼했다. 물론 결혼 전부터 관계는 있었고, 결혼 후에도 남편이 성관계를 밝히는 편은 아니지만 연애한 기간도 길고 하니 그럭저럭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최근 남편의 몽정을 보고 너무 놀라 혼자 고민하다 상담을 하게 됐다. 남자가 결혼 이후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는데도 몽정을 할 수 있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지난 한 달 동안 표시를 해봤더니 3번의 몽정, 3번의 관계를 했더란다. 직업상 새벽부터 나가 일을 하니 몸이 피곤해 관계를 자주 하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몽정을 할 정도인데도 부부관계를 더 요구하지 않는 남편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너무너무 기분이 나쁘고, 자신에 대한 사랑이 없는 건지, 자신과의 성관계 자체가 싫은 건지 별 생각을 다 하게 되었다. 70년생이면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 관계를 해도 5분정도 밖에 못하고 그것도 열흘에 한번 정도밖에 안하면서 왜 몽정을 하는지, 혹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문의해 왔다.

몽정은 정자가 만들어지는 초등학교 4,5학년에 시작된다. 정자는 하루 7000∼8000 마리씩 만들어지는데 이 때 매일 만들어지는 정자의 수가 쌓여 넘쳐 나면 몸 밖으로 나오게 되고 이것이 몽정이다. 보통은 혈기왕성한 청소년기에 몽정을 자주 겪지만, 결혼유무나 연령을 불문하고 몽정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신체건강하고 정액생성이 원활하다는 증거이니, 몽정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성관계 횟수가 두 사람이 만족할 만한 적정선이 못된다고 하면 부부갈등의 시초가 될 수 있으니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 보아야 한다. 성행위 시간이 5분밖에 안된다고 불만을 가지는데, 실제 남편의 입장에서는 욕구는 있음에도 빠른 사정으로 부인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성생활을 자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몽정을 자주 한다고 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년 이후에 발기도 되기 전에 사정을 한다거나, 몽정을 자주 하고 이로 인한 우울감이 심하다면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코엘여성비뇨기과 원장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