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 여성 일인당 자녀수가 평균 1.16명으로 사상 유래 없는 저출산의 시대로 접어들다 보니 정책적인 면에서 ‘피임’이라는 단어조차 찬밥신세다. 출산율이 떨어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될 판에 ‘피임’이 어쩌고 하면 반갑지 않은가보다. 하지만, 피임이란 것이 출산율의 변화에 따라 장려되고 억제되고 할 정책상의 수단은 아니다.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국가차원에서 정관수술, 난관수술을 장려하고, 아이를 적게 낳는다고 피임 관련 수술이 비보험이 돼 버리는 정책자체가 조금은 우스운 생각이 든다.

피임은 모성과 신생아의 건강보호를 위해 절대 필요한 것이다. 여성으로서는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겪게 될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막고, 피임의 부재로 임신된 아이들이 충분한 영양공급 및 태교를 받지 못하고 세상에 나와서도 부모에게 버림받고 유기되는 문제를 막아준다. 가장 오래된 피임 기록은 기원전 1850년 전 이집트의 파피루스 종이에서 발견되었을 정도로 피임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그 전통을 같이 해 온 것이다.

피임의 방법에는 경구피임약, 주사용 피임제, 피하이식 호르몬피임제, 콘돔, 페미돔, 살정제, 자궁내장치, 수술적 피임법 등이 있으나 그 효과와 장단점 및 부작용에 대한 정보 및 사용법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적절한 피임방법을 선택하도록 도와주고 피임방법의 실패에 따른 문제점을 추적조사하는 것이 정부에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뉴스에서 PC방을 떠돌며 생활하던 20대 부부가 출산한 아이를 병원에 둔 채 달아났다가 붙잡혔는데 조사과정에서 2001년에 낳은 첫 아이는 사망하고, 2002년과 2003년에 낳은 아이는 영아보육시설에 맡긴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일정한 수입도 없어 자녀를 양육할 형편이 안 되었다고 하는데, 임신하여 열달 동안 배불러 출산하는 고통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오를 여러차례 되풀이 했다는 것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 이들 주위에는 아무도 조언을 하고, 바르게 교육해 줄 인물이 없었나 보다. 기사의 제목은 ‘갓난아기 버린 철없는 20대 부부… 2001년 이후 4명 낳아 3명 유기’였는데 글쎄, 25세의 나이에 단순히 철없다고만 생각하기에는 너무 답답한 노릇이다. 매년 아이를 낳다시피 한 여성의 건강 상태도 걱정될 뿐 더러 곳곳에 버려진 아이들도 가슴 아프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반복되는 잘못이 또 벌어지지 않을 거라 믿기도 어렵다. 책임감 있는 섹스만이 존중받을 수 있다.


코엘 여성비뇨기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