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의 관계에서 손해 보지 않겠다는 경계심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부부관계, 특히 섹스에 있어서는 이런 보복 심리를 절대 가져서는 안 된다. 배우자가 상대방을 벌주기 위해 스스로 금욕적인 상태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의식적이기도 하고 무의식적이기도 하다.

30세 C씨는 결혼 3년차 주부다. 출산 후 1년이 넘도록 도통 남편이 성생활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먼저 집적거려도 보고 야하게 입어 보기도 하고, 급기야 창피함을 무릅쓰고 직접적으로 관계를 갖고 싶다고 말도 해보았다.

하지만 남편은 요즘 일로 스트레스가 많아 성욕이 잘 생기지 않는다고 계속 잠자리를 거부했다.

애정이 식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자로서 끝난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한동안 잠자리 전쟁을 하던 C씨는 드디어 남편과의 관계에서 섹스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생활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남편의 성욕이 돌아오면서 부부관계를 요구하기 시작하자 그간 마음고생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A씨는 무조건적으로 남편의 모든 요구를 거부했다.

이제 남편이 상처를 받기 시작했다. 소심해지고 발기도 잘 안 된다. 모처럼 성욕이 되돌아오는 듯했는데 김이 새버렸고 아내의 냉담한 반응이 이해되질 않는다. 서로 다른 방에서 자거나 같이 자도 등을 돌린다.

-둘 사이에 짜증은 늘고 사이가 굉장히 나빠져 뭔가 해결은 보아야 하는데 자존심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모르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녀 스스로도 이런 결과를 바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부부의 경우에 처음 남편이 성욕이 없던 시기에 자기 처지를 잘 설명하고 부인을 조금만 더 이해시키려 하였다면, 부인이 남편을 조금만 더 너그럽게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 자세를 가졌다면, 또 설사 복수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하더라도 한두 번 거부함으로써 지난 시간이 자신에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정도만 보여주고 앞으로 잘해보자 발전적인 다짐을 하였다면, 부부는 출산 후 한동안의 침체기를 거친 후 더욱 탄탄한 부부관계로 거듭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부부의 잠자리를 전쟁터로 만들지 말자. 적당한 밀고 당기기는 긴장감을 높이지만, 상처 받았다고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생각은 유아적일뿐더러 서로 마음을 다치고 앙금이 쌓여 부부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 수도 있다.

코엘 여성비뇨기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