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우리는
'성(性)'과 Sex라는 단어를 늘 무심코 사용하곤 합니다.
또 Gender라는 어휘를 사용하기도 하죠. 그런데 혹시 그 원래의 뜻이 무엇인지,
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신 적은 있나요?

원, 젠장! 남녀의 성기(性器)가 서로 결합하는 일에 무슨 차이가 있을라구?
체위에 서로 다른 차이가 있는 걸 말하나? 설마 이렇게 엉뚱한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겠죠? 성(性)은 영어로 Sex, 또는 Gender로 번역되죠. 의학적, 생리학적으로
성(性)을 말할 때는 Sex로, 사회학적으로 말할 때는 Gender라고 한대요.
다시 말해서 Sex란 개별적 인간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태어난 서로 다른 성기(性器),
또는 그 성기들끼리의 결합 행위를 의미하고, Gender란 개별적 존재가 모인 집단
및 사회제도 속에서의 남성, 또는 여성을 의미하는 후천적, 인위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가부장제(家父長制)적 사회 구조 속에서 억눌리고 핍박받았던/받고있는
여성들의 인권 회복을 부르짖는 여성주의(Feminism)가 대두되면서 각광받기 시작한
단어라고 할 수 있겠죠. 근데 말이죠,전 중국문학을 전공해서 그런지,Sex나
Gender라는
단어가 영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죠?

Sex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쩐지 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결합하는 장면만 보여주는 저질
포르노 영화를 보는 느낌이에요. 아니면 클로로포름 냄새 풍기는 병원의 수술대에
드러누운 기분이랄까?

Gender는 또 어떻구요? 물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부당하게
대접받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되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단어의 성격상 다분히 투쟁적인
이미지를 지닐 수밖에 없는 이 어휘가 어쩐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거기에 비하면 '성(性)'이란 어휘는 썩 괜찮은 느낌입니다. '성(性)'이라는 그 한자를
파자(破字)해 보세요. '마음( ) + 생겨나다(生)'! 어때요? 전투적인 Gender와는 달리
왠지 따스하고 정겨운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Sex라는 관능적인 단어와도
또 다른 느낌입니다. 곰곰 음미하면 할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오죠. 인간의 '성' 또는
'성행위'란 결국 '심리적'요인, 즉 '사랑'이라는 것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음을
은연중에 시사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김용옥 교수 생각이 나는군요. 얼마 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노자와 21세기>라는 프로그램을 저도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보았거든요? 부분적으로
마음에 안드는 대목도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는 공감하는 바가 아주 많았어요.
어쨌든 그 김용옥 교수왈, '성교육이란 건 구태여 따로 할 필요 없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말에 크게 공감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보통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법률
교육이
무에 그리 필요하겠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보다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성교육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구성애 씨의 '아우성'이 한참 인기를 끌었습니다만, 올바른 성교육이란
의학적이고
생리학적인 Sex에 대한 교육이 아닐 것입니다.

인간이 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행위는 사실은 자기 정체성(Identity)과
자아(自我)를
찾고자하는 노력의 일환이래요. 우주와 자연의 섭리와 음양의 조화 속에서 생명의
존엄성과
사랑의 가치를 깨달아 가는 것, 그것이 바로 '성(性)'입니다. 그 아름답고 따스한
감성을
배우고 길러주는 인성(人性) 교육이 진정한 성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KIS 칼럼니스트 김용표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