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입니다. 앞산 뒷동산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개나리, 보는 이의 얼굴마저
붉게 물들이며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는 진달래, 철쭉, 벚꽃의 화사한 축제 속에
파묻히면 누구나 야릇한 춘정(春情)에 가슴이 설렙니다.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그 님과 함께 아담과 이브처럼 얼려보고 싶은 충동을, 여러분은 느낀
적이 없나요? 아마도 누구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충동은 옛 사람에게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새 절을 지었다네, 영생을 기원했네.
꽃 무덤 사이에서 내 님과 살짝 만나.
사랑 사랑 넘쳐나는 이합화(離合花) 꽃밭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독요초(獨搖草)가 흔들리네.
-- <투백초(鬪百草)>에서

주룩주룩 똑- 똑- 연못에 비 그치면,
여기 짝을 지은 원앙들의 이야기.
이글이글 들판에는 꽃향기 무르익어,
펄럭펄럭 아가씨 옷, 금빛인 양 눈부셔라.
교교한 달빛은 비단같이 부드러워
사뿐한 구름에 퍼져 가는 분 내음...
-- 돈황 민가에서

청춘 남녀의 사랑이 연못 원앙새의 밀어처럼 들판에서 무르익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도 추하거나 부도덕해 보이지 않죠? 진솔하고 적나라한 인간 본연의 생명의식인
듯, 대자연 속의 그 육체적 만남이 도리어 싱그럽기 그지없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대자연 속에서의 섹스는 생각만 해도 황홀합니다. 대 자연, 그 중에서도
황토에는 신비스러운 힘이 숨어있답니다. "황토 입자 사이의 빈 공간은 불순물, 오염
물질을 흡착 분해하며, 산소가 풍부하고 원적외선을 방출한다",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은 파장이 8∼14μm으로 인체의 에너지 영역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인체의
신진대사를 촉진한다"(경상대 화학과 백우현 교수)고 하니, 자연 속의 섹스는
그야말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GoodSex의 장소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오염된 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야외에서의 섹스는 더욱 큰 선망의
대상인 듯 합니다.

최근 마이 카 시대를 맞이하여 카섹스가 급속도로 유행(?)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온갖 기발하고 유별난 장소에서의 섹스 경험을 털어놓고 권장(?)하는 성인 사이트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그런 장소에서의 섹스도 '진솔하고 적나라한 인간 본연의
생명 의식'일까요?

착각하지 마세요. 그것은 대자연과 하나로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극>을
추구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그렇죠. 격정적인 사랑의 표현인 섹스의 행위에 어찌
자극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다만, 너무 자극에만 탐닉하다 보면 더욱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랍니다.
마약과도 같은 그 짜릿한 자극만을 추구하다 보면, 점점 더 많은 투여 용량이 필요해
지는법. 나중에는 무엇으로 자극을 얻으렵니까? 더구나 우리의 좁은 국토에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대자연과 하나가 되는 곳을 찾기가 어디 그리 쉽겠어요?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아름다운 대자연의 사랑의 정신, 그 오묘한 음양의 이치를
평소부터 가슴을 열고 배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대자연이라는 장소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대자연이 발산하는 파장과 우리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는 일입니다.
황토에서 나오는 기적의 원적외선일지라도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무슨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어요?

이제 사랑하는 그 님과의 뜨거운 순간이 끝나셨나요? 그럼 잠시 명상에 잠겨 보세요.
마음의 눈을 열고 짙푸른 물감이 뿌려진 하늘을 바라보세요. 솜털같이 보드라운 흰
구름이 보이십니까? 풋풋한 솔 향기, 흙 내음이 느껴집니까? 대 우주 속에서 방금 전
두 사람이 또 하나의 소우주를 창조해 낸 그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느끼십니까? 그
곳이 바로 곧 Good Sex의 장소입니다...

** 칼럼니스트 KIS 연구원 김용표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