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보통 자신의 성 욕구도 부끄러워하는 부모가 어린 자녀의 성적 행동에 더 큰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세브란스병원 신의진(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초등생 학부모들은 자녀가 성적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며 “성교육은 아이의 성적 관심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초등생 성교육은 언제?


내일여성센터 오신성희 성교육 강사는 “부모가 적절한 성교육 시기를 고민한다”며 “여학생의 경우 생리, 남학생의 경우 몽정을 시작할 때가 가장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보통 초등학교 5, 6학년 때 이런 제2차 성징(性徵)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의 성적 관심이 부쩍 커지기 때문.


이때 부모의 반응이 중요하다. 생리나 몽정을 시작한 자녀에게 “아휴, 이 지겨운 걸 너도 하게 됐구나”, “앞으로 빨랫거리 늘겠구나”라는 식의 부정적인 말과 표정은 삼가야 한다.


오신 강사는 “부모가 기쁘고 밝은 표정으로 ‘이제 너도 여자(남자)가 됐구나, 참 대견하다’고 한 마디만 해줘도 아이들에게 건전한 성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와 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가 불편하다면 성교육 책을 권해주고 부모도 읽어본다.


○ 우리 아이가 음란물을?


인터넷 상의 음란 스팸 메일이나 광고로 인해 음란물을 접하는 초등 고학년생이 많아진 것도 부모의 큰 고민거리다.


자녀가 음란물을 보거나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면 대부분의 어머니가 ‘가슴이 떨려’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아무 말도 못하고 나와 괘씸하게 여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푸른 아우성’ 김애숙 사무국장은 “부모가 ‘공부나 하지 무슨 짓이냐’ 또는 ‘더러운 행동 하지 마라’고 야단치면 아이가 수치심을 느끼고 성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된다”며 “‘불쑥 들어와 미안하다’ 정도로 말하고 나오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나중에 성 문제에 대해 얘기할 기회를 만든다.


김 사무국장은 “아이도 부모에게 들켜 꾸지람을 두려워하는 상황”이라며 “야단치기보다는 ‘왜 그런 걸 보게 됐니?’라고 물으면서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청소년상담실 이정원 소장은 “컴퓨터는 거실 같은 곳에 두고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은 반드시 설치하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부모가 일찌감치 설치하는 것이 좋다”며 “‘엄마, 아빠도 어른이 돼서 음란물을 본 적이 있는데 그건 사실과 다르고 정신적으로도 좋지 않더라’고 교육 기회로 삼으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컴퓨터 채팅 시 이상한 글이 뜨면 그 대화방에서 아예 나오도록 하고 스팸 메일도 발신자를 모르면 읽지 말고 삭제하도록 지도한다.


만약 자녀가 음란물에 심하게 중독됐다고 판단되면 전문 상담을 받는 것도 효과적이다.


○ 성폭력 예방교육


초등 저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대처교육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해바라기 아동센터의 최지영 임상심리전문가는 “아직 판단력이 부족한 초등 고학년생들이 음란물을 접한 후 저학년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아이에게 자기 몸은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다른 사람이 껴안거나 만질 때 ‘좋은 느낌’과 ‘나쁜 느낌’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누군가가 몸을 함부로 만지면 어른이라도 똑바로 쳐다보면서 ‘싫어요, 만지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주변 어른에게 알리거나 여의치 않을 때는 도망가도록 한다.


이때 성폭력 피해를 입는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가르치고 그런 일이 있을 때는 부모에게 반드시 말하도록 지도한다.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