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

매독이나 임질은 왜 성병이라고 부르나?

성병을 나타내는 영어는 비니리얼(venereal)이다. 이것은 사랑의 여신 비너스(venus)에서 온 말이다. 합당하지 못한 말인 것같다. 사랑하면서 이런 병을 옮길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에 이런 병을 옮겼다면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 말은 성교에 의해 전파되는 모든 질병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그외에 어떤 성병이 있나?

보통 성병이라고 하면 매독과 임질을 생각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아도 심각한 성병이 또 있다. 그것들은 '잠적한 성병'이라고 불린다. 보통 사람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병에 걸린 사람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모르는 사이에 병이 시작되고, 진행되기 시작하면 막을 수도 없고, 성기가 심하게 파괴된다. 성기에 구멍이 생기고, 조직이 파괴되어 형체가 없어져 괴물같이 된다. 매독이나 임질에 의해 파괴되는 것과 비교해서 눈에 금방 보이며 상태도 더욱 심하다.

더 안된 것은 최신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적한 성병은 아직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환자는 자기 혼자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심한 병이면서 왜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불행한 일이지만 이 병들은 사회에서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집단인 흑인과 동성애자에게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백인이 이 병에 걸리는 일은 거의 없다. 매독이나 임질은 시장의 딸도 걸릴 수 있고, 은행장도 걸리고,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들 모두 걸릴 수 있다. 잠적한 성병은 구두닦이나 동성애 매춘부, 흑인 창녀들을 공격한다. 이 사람들은 사회의 관심 밖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아무도 그들의 병을 연구하기 위해 기금을 모으지 않는다. 적어도 "가치가 있는"사람들에게 퍼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아직은 퍼지지 않았다.

이 잠적한 성병이 일반 사회에 퍼질 가능성이 있나?
아마 시간 문제일 것이다. 성의 개방 풍조가 계속되면 성병의 종류도 많아진다. 결국은 시장의 딸도 이 병에 걸린 사람을 상대하게 될 때가 올 것이다. 그리고 이삼개월이 지나면 은행장에게까지 퍼질 것이다.

그럴 리가 있나? 그런일이 어떻게 일어난다는 말인가?

모든 요소가 적당히 혼합되면 일어날 수 있다. 스물 두살된 성욕이 왕성한 아가씨가 있다고 하자. 피임약은 먹었겠다. 대마초도 적당히 피우고, 페니실린이 있으니 성병 걱정은 안 해도 되고, 세상은 둥글둥글 살아야 된다는 개똥철학으로 무장은 했고, 아직 어른이 되려면 까마득한 이 아가씨를 상상해 보자. 그녀를 멋진 새차에 태워 난잡한 동네에 데리고 가서 즐긴 후 열흘이 지난 후에 나타난 감염증을 보면 놀랄 것이다.

시장의 딸과 흑인 창녀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비슷한 이야기다. 흑인 창녀가 백인 고객을 맞았다고 하자. 그는 구두가게 주인인데 이해심 없는 아내와 살고 있다. (흑인 창녀의 고객중 적어도 20%는 백인이다.) 그가 이 잠적한 성병을 얻어 걸린다. 한달 뒤에 구두가게의 고객인 법대생의 아내와 한밤을 보냈다. 그 법대생은 아내를 이해하는 마음이 없다. 이제 이 여자도 병에 걸린다. 이 여자가 계속 자기를 이해해주는 남자를 찾아 헤메는 중, 남편의 친구인 법대생과 눈이 맞는다. 그런데 그의 약혼녀가 누구이겠는가?

두달 후에 시장의 딸은 냉이 흐르고 사타구니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을 발견한다. 이리저리 돌아서 흑인 창녀에게서 시작한 병이 사교계의 혜성에게 도달하는데 육개월이 걸린 것이다. 그 사이에 누구 누구에게 더 펴졌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은행장은?

그가 받은 병은 구두가게 주인이 준 이자인지도 모른다. 아마 그의 비서가 그 가게에서 구두를 사면서 덤으로 무엇인가를 받았고, 그녀의 상사의 부인이 친정을 방문하려 간사이에 상사는 그녀를 방문했을지도 모른다. 두주일 후에 그는 자지에 이상한 부스럼이 생긴 것을 발견한다. 그가 창녀를 가까이 한 적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이다.

이런 식의 행위가 계속되면 모든 사람이 지금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병에 노출되는 데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병인가?

가장 순한 것부터 말하자면 '연성하감'이다. 연성하감은 세균이 성기의 피부 밑으로 들어가서 고름주머니를 만드는 병이다. 이 주머니는 금방 터져서 궤양이 되고, 사타구니와 성기 전체에 퍼진다. 이 궤양은 두 방향으로 퍼지기 때문에 특히 고약하다. 피부 아래로 파고 들어가는데, 어떤 때는 자지를 파고 들어가 요도를 뚫어서 계속 오줌이 새는일이 생기기도 한다. 또 하나는 겉으로 퍼져 배와 넓적다리에 궤양이 생긴다.

다행인 것은 확인만 되면 설파제로 잘 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단이 어렵다. 좀더 정확한 진단법이 개발되어야 치료도 쉬워질 것이다. 유명한 사람들이 병에 걸리기 시작하면 연구 속도가 빨라지리라.

그것이 가장 순한 병이라면, 다른 병은 어떤가?

그 다음은 '서혜부 육아종'이다. 연성하감같이 세균에 의해 생긴다. 성기의 표면에 작은 돌기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한다. 점점 겉이 벌어져 진물이 나는 조직덩어리로 변하고 자지, 음순, 음핵, 항문등으로 퍼진다. 곧 심한 자극성 있는 냄새가 진동한다. 가끔 자지나 음핵, 혹은 음낭이 말도 못하게 커져서 원래대로 작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치료를 해도 잘 듣지 않는 균에 걸리면 하반신이 모두 궤양으로 덮히고, 환자는 마르면서 죽게 된다.

서해부 육아종은 다음의 두가지 특성이 있어서 더욱 위험하다. 첫째는 이것이 초기에는 아프지 않아서 환자가 치료를 뒤로 미루다가 막판에 와서야 병원에 찾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감염되고 나서 석달은 지나야 증상이 처음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석달 동안에 여러 사람에게 병을 퍼뜨렸을 가능성이 많다.

그렇지만 일찍 발견해서 치료하고, 항생제가 듣기만 하면 결과는 좋다.

그보다 더 나쁜 병도 있을까?

그러면 '성병성 육아종'에 대해 살펴 보자. 감염된 사람과 접촉한지 삼주쯤 지나면 작은 돌기들이 성기에 나타난다. 두주일 후에는 사타구니에 달걀만한 덩어리가 생긴다. 이때부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성병성 육아종은 다른 성병들과 전혀 다르다. 이것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다. 세균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항생제에 듣지 않는다. 또 이것은 전신에 증세가 나타난다. 환자는 대개 아픈 느낌이 있고, 열이 있고, 오한이 나고, 관절이 아프다. 그러나 나중에 나타날 증상에 비하면 아직은 병도 아니다.

사타구니의 림파선에 생긴 감염이 항문 근처에 퍼지면 가장 창피하고 장애가 되는 변화가 온다. 항문이 좁아지고, 상처조직 때문에 항문이 막히게 된다. 처음에는 똥을 눌 때 아프다가 나중에는 똥을 눌 수도 없게 된다. 완전히 막히지 않게 하려면 종종 넓혀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의사를 방문해서 의사가 장갑을 끼고 손가락에 기름을 발라 미끌거리게 한 후에 항문을 넓혀주도록 해야 한다.

항문을 통한 성교를 하는 동성애자 사이에 이 병이 자꾸 퍼지고 있다. 항문이 좁아지는 것은 빠르게 진행되고 정도가 심하다.

또 하나 지독한 증상은 부어 오른 림파선이 여지저기 터져서 피부에서 고름이 계속 흘러 나오는 것이다. 특히 성기와 항문사이, 즉 회음부에 고름이 나오는 작은 구멍이 많이 있어서 '샤워꼭지 화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릴 때도 있다.

치료는? 교과서에서는 "아직 특별한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