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하다' `열이 치밀어 오른다'  `삶이 허무하다'...    이러한 증상 가운데 하나라도 6개월간 지속되면 `화병'에 걸린 것이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는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정신과 이민수 교수, 고려대 심리학과 권정혜.박동건 교수팀과 공동으로 화병을 올바르게  진단.평가할 수 있는
`화병진단 표준 면접지'를 개발,
최근 열린  한국심리학회  연차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고 17일 밝혔다.

    한국인 고유 질병이면서도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과 구별이  어려웠던  `화병'에 대한 진단기준이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숨이 막히거나 목,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지는 증상이  오래 지속될 때도 화병을 의심해볼 만하다.

    입 또는 목이 자주 마를 때, 두통이나 불면증에 시달릴 때,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화병'의 신호탄으로 볼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진단기준이 경희의료원 화병클리닉과 고려대 안암병원  우울증센터에 입원 치료중인 환자 55명에 대한 실험과 전문가 토의를 거쳐 마련된 것으로 신뢰도 88%, 타당도 84%로 높게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김종우 교수는 "화병은 한국 고유의 문화관련증후군이면서도 정확한 진단기준과 그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도구가 없었다"며 "이번 진단도구 개발로  화병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평가, 치료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팀이 마련한 화병의 진단기준 가운데 12개 자가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김 교수는 이 체크리스트 가운데 하나라도 6개월간 지속됐다면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했다.

    ▶가슴이 매우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다.

    ▶숨이 막히거나 목,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진다.

    ▶열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뛴다.

    ▶입이나 목이 자주 마른다.

    ▶두통이나 불면증에 시달린다.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낀다.

    ▶마음의 응어리나 한이 있는 것 같다.

    ▶뚜렷한 이유 없이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민다.

    ▶자주 두렵거나 깜짝깜짝 놀란다.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삶이 허무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