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대한 생각은 흔히 우울증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기는 하나 자살 자체가 어떤 특정 질환이라기 보다는 복합적 사회적 문제로 보아야 한다. 아직 죽음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12세 이전의 자살은 주로 사고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 나이의 아동은 자살에 대해 현실적 계획을 세우고 시도할만한 능력이 없는 관계로 자살에 성공하는 예는 드물다.청소년의 자살기도는 여자가 남자에 비해 3배 많으나 자살의 성공은 남자가 여자보다 5배 많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살은 급증하게 된다.미국에서는 10대 사망의 원인 중 자살이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0만 명 당 여자 3.6명, 남자 13.6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계를 보면 현재 청소년 인구는 1,300만 명으로 전 인구의 30%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이 가운데 1년에 약 5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자살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자살에 대한 생각은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실제 자살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충동성과 연관이 깊다.자살이 성공하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자살시도의 방법에 따라 차이가 난다.미국의 경우는 총을 이용하거나 목매달기,약물음독 등의 방법이 흔히 쓰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투신자살이 흔하다.



청소년자살의 특징


이전의 부모 세대에 비해 요즘 청소년 층에서의 자살이 급증하는 현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일한 추세이다. 이는 사회환경의 변화와 자살에 대한 태도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또한 총기와 같은 자살용 도구의 구입이 쉬워진 면도 간과 할 수 없다. 외국의 예를 보면 사회경제적으로 상류층에서 청소년 자살이 많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하류층에서 많이 보고되고 있다.아마도 경제적으로 빈곤한 계층에서 부모의 돌봄이 부족하거나 특히 어머니들의 취업으로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이 결여될 때, 일시적 혼돈에 빠진 청소년들은 누구의 도움을 구하기 보다는 쉽게 자살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심한 과보호를 받으며 성장한 나약한 청소년의 경우는 의존심과 의타심이 많고 미성숙한 까닭에 어떤 사소한 좌절에도 상처받고 견디지 못하여 즉각적인 도피반응으로서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자살한 청소년들의 성격을 연구해 본 결과 비난에 과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기를 잘하고 충동적이고 변덕스럽다거나,조용하고 말이 없어 사귀기 힘든 성격,또는 완벽주의적 경향이 많은 성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살은 흔히 일요일을 포함하여 주초에, 자살방법으로는 남자들은 목매달기나 분신,흉기를 이용하는 반면 여자들은 음독을 주로 이용한다.자살장소는 자기 집을 비롯하여 실내가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청소년기의 자살은 특징적으로 평상시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던 대상, 예를 들어 같은 또래와의 동반자살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얼마전 일어난 여중생들의 동반자살도 그 예이다. 가정환경이 나쁘고 불안정할수록 청소년 자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마찬가지로 모범학생들보다는 문제학생들에서 자살충동비율이 높고 자살시도율도 월등히 높다.이는 가정,학교에서 좌절감과 분노가 많을수록 충동적 행동의 경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청소년자살의 원인


흔히 자살은 자신의 문제해결에 대한 실마리가 안보이거나 대처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자행된다. 흔한 표면적인 이유로는 가족 내 불화,친구,이성으로부터의 거부,욕구좌절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입시 스트레스와 관련된 자살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자살에 대한 연구보고를 보면 우선 원인적으로 유전적 소인을 말하고 있다. 다시말해 자살시도자의 가족 가운데에는 역시 자살율이 높더라는 말이다. 또 이들 가족 중에는 우울증이나,알콜중독도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을증,알쿨중독들은 그 자체가 유전적 소질이 높은 질환이다. 두 번째로 생물학적 원인이 있다. 자살의 생물학적 연구는 주로 공격성,충동성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자살 성공자의 뇌와 척수액에서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을 조사해본 결과 정상 보다 낮은 수치를 보인다는 것이 밝혀졌다. 세 번째는 사회적 측면의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아,청소년은 일반적으로 나쁜 주위환경의 노출에 민감하다.결손가정,가족 내 폭력으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살이 빈번하다. 자살과 관련된 심리 상태로는 ①입시부담,학내폭력,부모처벌 공포같은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 위한 자살, ②부모,선생님에 대한 강한 분노감정으로 인한 보복심리, ③못난 자기 자신에 대한 처벌로서, ④죽은 친구나 부모를 저승에서 다시 만나기 위한 재결합 심리등이 있다.                  



청소년자살의 치료


자살의 가장 근본적 치료는 예방이다. 따라서 자살의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경우는 일단 격리 또는 입원을 해야 한다.그러나 문제는 자살이란 무척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일단 죽으려고 작정한 사람은 기필코 언젠가 자살을 감행한다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무리 주위깊게 살펴본다고 해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있다. 어쨌던 최상의 대책은 예방이므로 먼저 자살을 일으킬 위험인자나 원인 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여 자살의 직접 동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나 중요한 사람으로 부터 거부당하는 경우,학교나 친구로 부터의 따돌림,부모의 억압이나 비난,성폭행,신체적 학대,학교 성적비관,가정불화나 결손가정,약물남용,노이로제,정신질환과 같은 문제가  있을 때 각별히 주의하여 관리하여야 한다.청소년으로 하여금 가족간,동료간,친구간 연대의식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만약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다행히 생명을 보전하였다면 일차적으로 ‘위기개입’을 해야한다.즉,응급실 또는 입원치료하에서 신속한 신체적 검사와 조치를 받아야 함은 물론이고 자살의 근본원인과 정신상태,가족관계 등에 대한 정신과적인 접근과 치료가 필요하다.

한국성과학연구소
의학박사, 전문의 한성희
국립서울정신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