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동신대학교 부설 노인복지연구소,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가 주최하고 광주, 전남 노인의 전화에서 주관한 제2회 노인 보건 ,복지세미나 주제발표자료입니다.(1997/05/29)


┌─────────────목차───────────┐

│ 1. 문제의 소재 │

│ 2. 노인의 성에 대한 연구의 개략적 흐름 │

│ 3. 차별문제로서의 노인의 성문제 │

│ 3-1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 │

│ 3-2 소수자로서 노인이 갖는 성문제 │

│ 4. 노인의 성적권리에 대한 복지철학적 근거 │

│ 4-1 인간의 성 │

│ 4-2 노인의 성 │

└──────────────────────────┘

1. 문제의 소재


지난 3월말 지역 신문에 실린 다음과 같은 기사가 여러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광주지역 노인들의 중요한 휴식처중의 하나인 광주시 남구 구동 광주공원에서 노인들을 상대로한 윤락여성의 매춘행위가 성행하여 이곳에 놀러나오는 노인 중 많은 수가 성병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광주공원 노인무료 질료를 맡고 있는 광주기독병원 가정의학과 송상효 과장은 광주공원에 소일하러 나온 노인 200여명을 대상으로 1년여 동안 한달에 한차례씩 진료를 한 결과 남자노인중 10% 이상이 비임균성 요도염이나 매독과 유사한 성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 광주기독병원 진료진에 의하면 성병을 앓는 노인들 중에는 80세 이상의 노인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이들은 가족에 알려질까 불안해하며, 성병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수치심이나 치료기회가 없어 치료를 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보도된 이후 노인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러 부문의 전문적 지식인들이 좌담회를 마련하는 등 노인의 성문제 발생의 원인이나 배경,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사회적 관심도 상대적으로 높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여전히 노인의 성문제는


◎ 노인의 소득보장에 의한 경제적자립의 지원문제

◎ 보건, 의료보장에 의한 건강의 증진이나 유지의 문제

◎ 가족형태 및 기능의 변화에 따른 노인부양의 문제

◎ 노인의 사회적 참가와 생애교육을 포함한 노인복지 전달체계 개선문제 등


에 비해서는 그 관심의 정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생활관념이 노인을 탈(脫) 성적존재로 여기는 편견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랜 세월 다양한 학습 및 전파경로를 통해 사회성원 일반의 의식에 깃든 이런 편견은 노인 스스로의 자발적 승인과 결합하여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적욕구를 제한하게 한다. 즉, 우리사회에서 노인의 성이라는 문제는 전통생활적 관념에 의해 은폐되고 금욕을 강제받아 강요된 무관심에 가려져 왔다. 아울러, 노년기는 모든 신체기능의 쇠퇴기라는 등식화된 부정적 사회심리가 가세하여 이 문제의 공개적 혹은 사회적 해결 방법의 모색을 위한 논의 자체를 어렵게 해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앞의 지역신문(광남일보, 광주일보 1997/03/26) 기사를 포함해 많은 경험적 연구들은 성생활에는 정년이 없음을 확인하고 있다.


이런 사실의 확인에 근거해 노인 일반이 가지고 있는 성적인 문제, 특히 노후에 배우자가 없는 노인의 성적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사회복지적 측면에서는 다음의 사항이 지원되어야 함이 지적되고 있다.


◎ 정부, 시민단체, 사회교육기관 등이 노인의 성에 대한 바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여 일반인이 노인의 성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 홀로 사는 노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노인의 재혼을 위한 상담사업 및 프로그램 제공에 정부나 관련 기관이 적극 나선다.

◎ 노인 스스로 노후의 성애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각종 상담기관에 성상담 전문가를 배치한다.


여기서 우리사회에서 노인의 성적 욕구 해결을 위한 시급한 과제는 노인의 성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극복하여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의 다양한 체제 마련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생리학이나 의학 등의 자연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 노인도 성적 욕구가 있고 실제로 성생활이 가능하므로 사회가 그에 대한 지원체제를 마련해야 함을 강조하는 주장은 사실은 낮은 문제해결방식이다. 왜냐하면, 이런 관점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 아니든 노인의 성적 기능을 보다 강조함으로써 다양한 생활상의 욕구를 갖는 인간이 단지 노령이라는 생애주기 변화 때문에 그 욕구실현을 제약 당하고 있다는 인간의권리 문제의 하나로 위치 지우지 못함으로써 보편성을 소홀하게 될 위험이 크다.


본 연구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 노인도 자신의 의사에 의해 성생활을 계속하거나 이성교제 및 노혼을 할 신체적 기능과 권리가 있고,

◎ 그 권리는 단순히 노령이라고 하는 생리적 조건에 의해 제약 당하거나 차별 받아서는 안되며

◎ 사회는 그와 같은 노인의 성적 욕구의 실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밝히기 위한 전체 작업으로서 '노인의 성적 권리'의 근거를 찾아보고자 하는 의도를 갖는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복지학계나 사회철학계 뿐 아니라 복지가 앞선 복지선진국에서도 노인의 성적권리에 대한 연구는 아직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본 연구는 노인의 성적 권리에 대한 시론적 연구라는 의미와 노인복지의 새로운 과제 해결을 위한 이론적 작업의 첫걸음이라는 의의에 한정한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는다. 먼저, '노인의 성'문제에 대해 외국과 우리나라에서 수행되어온 주요한 연구의 흐름을 개략적으로 정리해본다. 두번째로,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이 실질적으로 함축하고 있는 문제의 성격을 명확히 한다. 마지막으로, 노인의 성 적 권리에 대한 복지철학적 근거를 고찰한다.


2. 노인의 성에 대한 연구의 개략적 흐름


지난 2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95년 인구주택 총조사(최종전수집계결과)'에 의하면, 우리사회도 평균수명의 연장과 출산율의 저하로 고령사회로 바뀌고 있다. 1995 년 11월 기준으로 65세 이상의 인구는 2백 64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5.9%를 차지하며, 다가오는 2020년에는 630여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12.5%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인인구의 이 같은 증가는 노인자신이나, 사회전체의 관심을 단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만이 아니라 '노후생활의 질'이라는 문제로 그 영역을 넓히게 한다. 이에 따라 노인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나 연구자의 관심 역시 노후생활의 복지증진에 중점이 두어지게 되어 경제, 보건, 의료,주택, 여가, 사회적 부양체제 등의 개선과 확충 등의 종합적 시각으로 확대되어 왔다.


그런데 노후생활에 대한 정책적 측면이든 연구수준이든 아직 그 관심이나 해결의 노력이 미미한 영역이 '노인의 성'문제라는 영역이라는 것이 이미 앞서 지적한 바 있다. 이 문제는 일반적으로 성이라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 그 자체가 금기시되어 정책적 실행이나 연구, 조사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우리사회의 현 문화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아울러, '노인의 성'문제는 이 같은 일반적 상황에 노년기의 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윤리성이 결여된 사람으로 보는 사회의 부정적 심리 때문에 연구자의 연구가 제약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인류학, 사회학, 철학 등 인문사회과 학계를 중심으로 점차 성에 대한 본격적인 과학적 인식이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996년 10월에는 '아산사회복지 사업재단'이 '현대사회와 성윤리'라는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성문제가 사회복지학 관련 연구자의 중요한 주제중의 하나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 심포지엄에서 신경정신과 의사인 정동철은 '노년의 성과 성윤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노년층에서도 성적대상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청소년이나 중장년 층과는 구별되는 노년층을 위한 성윤리의 확립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아울러, 정동철은 65세 이상 남자노인의 89.4%, 여자노인중 30.9%가 성기능을 유지하며, 66세부터 70세 노년층의 62.2% 가량이 월간 1-5회의 성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노년의 성생활은 더 이상 주책스런 노망이 될 수 없고 노인의 상당수가 성을 통해 삶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연구나 외국의 연구이든 노년기의 성이 제기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영역을 밝히려는 연구는 그 양과 다루는 내용의 깊이에서도 청소년기나 청장년의 연구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고, 대체적으로 특정의 노인에 대한 한정적인 보고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제약성에 불구하고, 성 일반 혹은 노인의 성문제에 대한 전통적인 금기나 부정적 사회심리를 극복하면서 다음과 같은 의미있는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먼저, 킨제이의 연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동물학과 교수였던 킨제이는 인간의 성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믿을 만한 지식이 부족함을 절감하고, 1940년대부터 5,300여명의 남성과 5,940여명의 여성으로부터 얻은 자료를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공개적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성에 대한 금기를 깨고, 성행위 자체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연구대상중 60세 이상의 사람의 수는 106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70세 이상의 사람은 겨우 18명 정도여서 노인의 성에 대한 본격적 연구로서는 제약성을 갖는다.


다음으로 매스터즈와 존슨의 연구를 들 수 있다. 그들 연구의 주요한 목적은 성행위시, 특히 성적 극치감을 느끼는 순간 인간의 신체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있었지만 노인의 성에 대해서도 많은 사실을 밝혀준다. 이를테면, 사람이 늙어가면서 신체적인 성반응도 변화가 일어나지만 중요한 것은 남녀 구별 없이 성적 욕구와 성행위는 일생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즉, 남성의 경우 많은 시절에 성관계의 빈도가 많았고 심각한 병을 앓지 않는다면 90대까지 성행위를 유지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여성의 경우 노년이 되면 성기의 전반적인 위축이나 질 윤활액의 배출이 늦어지지만 주의를 기울여 성생활을 하면 성행위 연령의 상한선이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년기의 성행위가 감퇴하는 이유로 단조성을 들고 있다. 예를 들면, 퇴직 후에는 직업활동을 하던 시기의 한정된 성관계와 달리 매일 매일 부인과 함께 오랜 시간 지내게 됨으로써 성적관심도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매스터즈와 존슨의 경험적 연구에 의해 '노인은 성욕이 없다'라는 노인의 성에 대한 일반적 편견과 무지는 일단 과학적 수준에서 깨지 게 된다.


노인의 성욕의 존재와 성활동 수행능력에 대한 이런 경험적 지식은 우리의 국내 연구에서도 밝혀지고 있다. 이를테면, 이윤숙은 성적능력에 개인차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60세 이상 노인들 중 많은 사람이 성관계를 지속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하상락과 김성이가 정년퇴직한 연금수혜자의 생활실태 연구의 일부분으로 다룬 정년퇴직인 월간 성관계 실태를 보더라도 노년기의 지속적인 성생활을 확인할 수 있다. 하상락과 김성이의 연구에 의하면, 연구대상의 74.6%가 성생활을 계속하고 있으며 연구대상의 과반수인 51.5%는 매월 1-2회의 성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2.2%는 월 5회 이상의 성관계를 갖고 있고, 70세까지는 노인의 절반 이상이 월간 성관계를 2회이상 지속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노인의 성에 대한 이와 같은 한정적인 국내, 국외 연구를 통해서도 노인들 역시 성에 대한 기본적 욕구를 가진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다.


3. 차별문제로서의 노인의 성문제


3-1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


노인의 성적기능, 성행동에 관한 경험적 연구는 노인들 역시 성에 대한 기본적 욕구를 가진 존재임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노인을 탈(脫)성적 존재로서 단정하여 버리는 편견이 강하다. 즉, 대부분의 경우 노인에게 성적인 욕구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거나 설령 노인의 성적 욕구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욕구 충족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노인은 손자를 돌보다가 민요를 즐기면서 꽃가꾸기에만 관심을 갖는 인간이기 때문에 노인의 성활동은 오히려 건강을 헤친다고 간주하거나, 노후의 이성간의 교류는 풍기문란을 가져온다는 등의 생각이 자리잡는다. 심지어 노인의 성적 욕구의 표출은 사회적으로 웃음거리나 비난의 대상이 되며, 정신장애로 여겨지는 경우까지도 있다.


이 때문에 노인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강제된 금욕으로 자신 스스로를 제약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는 성 자체를 불결시 하거나, 성을 성교나 자손의 번식을 위한 생식행위만으로 여기는 우리사회의 문화적 편견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많은 사람이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노인의 성에 대한 여러 가지 편견이 사회적으로 존재한다는 식의 현상의 단순한 감성적 확인이 아니다. 오히려,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이 사회성원에 내재화되고 부정적 사회심리로 구조화되는 과정에 대한 엄밀한 고찰이 이루어져야한다. 다만 이 글의 성격상 제한적 수준에서만 언급한다.


먼저,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이라는 개념의 기본적인 의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이란 한 연령집단이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인해 그 연령집단이 가진 성적 욕구 표출을 혐오하는 태도 혹은 적의를 갖는 태도를 말한다.


그러면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은 노인의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를 Rilley와 Waring의 연구를 원용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어느 연령층에서든 사회가 부과하는 부정적 사회심리에 의해 자신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려고 하는 동기를 상실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노인의 경우에 '노인은 성적욕구가 쇠퇴한 탈(脫)성적존재'라는 부정적 심리가 사회적으로 지배적 규범이 되면 노인은 지배적 사회규범에 동조하기 위해 자신의 성적 욕구 및 성행위를 억압하게 된다.


◎ 이는 결국 노인이 지니고 있는 성적 능력을 더욱 쇠퇴하게 한다.


◎ 노인 자신의 성적 능력에 대한 자신감 상실이 심화됨에 따라 노인의 성적 욕구나 능력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 역시 다시 확대되고, 이런 고정관념은 다시 노인의 성생활 수행동기를 약화시키게 된다. 즉, 노인의 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자기만족적 예언'의 형태로 노인의 성에 대한 태도와 성행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성적인 능력이 활발한 노인일지라도 사회적 인식이 노인들은 성에 대한 관심이나 능력이 없다라고 되어 있으면 이러한 믿음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받아들여 성적 욕구를 억제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자신은 이제 성적 능력이 없다고 인정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3-2 소수자로서 노인이 갖는 성문제


노인이 노후의 삶을 보람있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조건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 가족이나 배우자를 통한 애정욕구의 만족

◎ 몸과 마음의 건강

◎ 경제적인 안정

◎ 좋은 말상대

◎ 취미나 자기일의 존재

◎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 수행

◎ 쾌적한 주택

◎ 적당한 성적만족


노인의 성생활의 유지나 이성교제 혹은 노혼은 이런 조건을 거의 만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노인을 탈(脫)성적 존재로서 단정하여 버리는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은 개인적 차원이든 전체 사회적 차원이든 노인의 기본적 욕구총족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차별로 전환하게 된다.


'노인의 성'에 대한 차별이 갖는 특징을 레빈의 설명을 원용해 다음과 같이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노인을 여성이나 흑인과 같은 피차별집단(소수집단)으로 위치지우고, 식별가능성, 차별대우, 집단동일성이라는 범주를 중심으로 노인의 특징을 설명한다.


즉 피차별 집단인 노인은


◎ 신체적(백발, 안경, 지팡이), 문화적(노인 특유의 언어, 관심, 행동양식)으로 사회의 다른 구성원과는 명확히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 식별가능성 -

◎ 그 구별되는 특징을 이유로 머조러티(다수집단, 차별을 행하는 집단)에 의해 사회의 다른 성원과 달리 불리한 취급을 받고 - 차별대우 -

◎ 이런 차별대우에 대한 공통감정 - 집단동일성 -을 갖는다.


그런데 레빈을 원용하면, 노인을 차별받는 소수집단으로 형성하는데는 사회적 요인 외에도 그 차별의 정당화를 위한 이론적 설명의 동원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이론적 자원의 결론의 대부분은 노인은 과학적 입장에서 보아도 항상 열등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열등성은 자연열등설과 후천적 열등설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자연열등성에서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람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쇠퇴해 가기 때문에 정신적 능력이나 육체적 능력에서 노인은 젊은 사람에게 뒤쳐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후천적 열등설은 노인은 대부분 사회적 활동에서 은퇴한 사람들이므로 사회적 역할의 기능수행에서도 능력이 점차 약화되어간다고 주장한다.


노인에 대한 이런 차별은 노인의 성문제의 해결의 차원에서도 다음과 같은 '차별적 해결'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먼저, 사회의 일반인들 및 노인 자신이 노후의 성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노후의 성교육 기관이나 시설 및 프로그램 미비 혹은 부재를 가져온다. 다음으로, 노후의 자연스러운 이성교제, 노혼 등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모임이나 상담소 등이 미비하거나 사회적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게 된다. 이하 노인의 성적 욕구충족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의미의 확인에 의해 이런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이념적 근거를 확보하고자 한다.


4. 노인의 성적권리에 대한 복지철학적 근거


4-1 인간의 성 - 전체적 인격으로서의 성


사람은 자기의 생명을 유지하고 생존해 나가기 위해


◎ 외부의 무기적, 유기적 자연을 가공하고 변형하는 사회적 물질대사(노동)를 통해 의, 식, 주 등의 기본적인 생활의 수단을 마련하고

◎ 종(種)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생식(성)을 통해 아이를 낳고 길음으로써 사회성원을 재생산한다. 즉,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의 형성과 유지의 가장 궁극적인 요인은 노동에 의한 자기 생활의 생산과 생식에 의한 타인 생활의 생산이다. 인간사회 형성과 유지의 주요 계기의 하나인 노동의 기원, 의미, 역사적 발전과정 및 그 형태 등에 대해서는 문화인류학, 사회학, 과학사 등을 통해 많은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었거나 수행되고 있다. 반면에 성은 사회성원의 재생산을 위한 단순한 생식활동이라는 의미 규정에 머물러 그것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 중요성이 제한적으로만 이해되어 온 듯 하다.


그러나 성은 단순히 성적 본능을 충족하는 성행위만을 의미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성은 신체에 의한 자기표출이다. 즉, 사람이 살아있음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표식은 활동인데 성은 그 활동의 한 표현인 것이다. 성의 주체는 자기의 신체 기관을 사용하여 타인과 성적 활동을 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자기 이외의 대상과 일체가 되려는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에 의해 자기가 살아있음을 확증하고,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두 번째로, 성은 단순한 성교행위에 한정되지 않고 인간과 인간의 다양한 교류 혹은 관계행위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를테면 '갑'이라는 사람과 '을'이라는 사람의 성관계는 일방통행적인 것이 아니고, 반드시 갑의 행위의도에 반응하는 '을'의 반응을 가져오고 그 반응은 다시 갑에 영향을 미친다. 이같은 사회적 행위가 상호작용, 상호교섭, 상호관련에 다름아니고 이런 상호행위 과정에서 사람은 의사를 소통하고, 행동이나 사상의 교환까지도 이루는 것이다.


셋째로, 인간의 성적 욕구충족은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자연발생적 관계'에 의해서가 아니라 군혼가족, 대우혼가족, 단혼가족 등의 '사회적 관계'에 의해 채워지는 것이다. 아울러, 인간의 성적욕구 충족은 어떤 행태로든 물질적인 것을 매개로 하고, 몸짓, 기호 등을 포함한 언어 등의 의사소통이 개입하는 사회적 과정인 것이다.


이처럼 성은 단순한 생식행위가 아닌 사람의 사람다움을 드러내게 하는 중요한 특징중의 한 요소이다. 그런데 인간의 성적 욕구의 표출 및 그 충족방식은 사회의 발전단계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 시대의 도덕관은 어느 시대이든 그 시대의 인간의 성행동의 존재방식을 규정하는 근본이 되지만 성행동은 그 시대의 발전상을 파악, 이해, 인식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 속에는 그 시대의 민족문제 계급문제 인간의 사회적 위세 등의 문제가 잘 나타나 있다.


4-2 노인의 성 - 생활관계의 장애의 회복


앞에서는 성이 가진 본질적 의미와 그 특징을 밝힘으로써 그것이 사회생화의 기본적 욕구의 하나임을 살펴보았다. 여기에서는 노인의 경우 기본적 욕구의 하나인 성적 욕구의 충족이 제한되는 요인과 그 문제 해결에 대한 지원이 지닌 의미를 생활문제론적 입장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생활문제론적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사람의 생활은 생명과 문화적 재생산이라는 중심되는 활동이 수행되는 과정에서 생리심리적 활동, 경제사회적 활동, 정치문화적 활동, 교육적 활동 등이 통합되고 조직되어 영위됨을 강조한다.


그런데 생활을 영위해 가는 과정에서는


◎ 생활자가 가진 다양한 속성(연령, 질병, 장애, 능력차이 등)

◎ 일정의 시대와 사회에서 그 제도나 문화 혹은 생활환경의 양식(소수자 차별, 성차별, 장애인차별 등)

◎ 사회의 구조적 요인(생활자료의 획득방식이 시장메카니즘 지배하에 운영)등에 의해 곤란과 장애가 나타나 자립적 생활, 나아가 생명의 유지나 재생산 과정 자체가 위협받는 문제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런 생활장애는 다양한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생활기반의 장애, 생활능력의 장애, 생활관계의 장애, 생활환경의 장애로 유형화 할 수 있다.


노인의 생활문제로의 하나로서 '노인의 성'문제는 노인의 생활기반, 생활능력, 생활관계, 생활환경 등과 모두 연관을 갖는 것이지만 가장 밀접하게 생활관계의 장애문제로 규정할 수 있다. 즉, 노인 역시 생활과정을 영위하는 주체로서 그 생활영역의 한 부분인 성적 욕구총족을 통해서 '사회적 관계망'의 한 올로서 자신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노인의 경우는 배우자의 사망, 노후의 이혼, 심신의 질병, 사회문화적 편견과 차별, 경제적 의존 때문에 자신의 의사에 의해 성생활을 계속하거나 이성교제 및 노혼을 할 기회가 극히 제약받고 있다. 즉, 노인의 성에 대한 기본적 욕구 역시 개인적 노력과 더불어 사회의 제도적 지원에 의해 충족되어야 함에도 단지 '노령기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성적 욕구'라는 이유만으로 욕구 존재 자체가 외면 받거나 무시되고 있다.

그 결과 노인의 성과 관련된 문제 해결은 노인 개인이나 가정에서 하도록 떠넘겨질 뿐 아니라 사회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제도 마련 자체를 어렵게 한다.


요컨대, 노인의 경우 생활 주체로서 자신의 생활의 영역의 하나인 성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생활관계망의 확보나 유지, 재구축 혹은 접근 가능성이 다른 어떤 사회층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인의 성적 욕구 실현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것은 생활관계 장애의 회복을 의미하고, 이 때문에 사회복지의 중요한 영역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