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느끼질 못해요. 신랑은 애를 쓰는데..."
불감증을 호소하는 30대 후반의 부인과의 상담이었 다. 신혼 초에는 다들 그러니까 '나이가 들면 괜찮겠 지'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아이 둘을 낳고는 성욕도 왕성해지고, '이제는 재미가 난다'는 친구들과 이야 기를 들으면 속이 상했다. 남편 자존심이 상할까봐 끙끙 앓다가 용기를 내어 상담을 온 것이다.
이런 경우 놀라운 것은 남편뿐만 아니고 본인도 성 적 취향(趣向)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성적 취향이 란 사람마다 제각각 성적인 흥분을 느끼거나 만족을 느끼는 신체의 부위와 반응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 를 들어 성적인 흥분을 느끼기 쉬운 자극이 촉각인 지 또는 후각인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감대 가 어디인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수많은 밤을 함 께 했으면서도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 이 현실이지만, 이것은 비극이다.

부부간의 성이란 생활이다. 돈을 벌고, 음식을 장만 하는 것과 같은 생활의 일부이다. 남편은 가정의 경 제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 승진 시험 공부를 한다. 아 내는 가족에게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요리 공부를 한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성관계 를 위해 성에 관한 공부를 하는 부부는 많지 않다.

요즘은 신문이나 TV에서도 성에 대한 정보는 넘친 다. 하지만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것 도 있어 부부싸움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어느 손금 하나 같은 것이 없듯, 모든 부부관계가 똑같을 순 없 다. 우리 부부에게만 맞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우 선 서로의 몸과 성 반응에 관심을 갖자. 용기를 내 어 서로의 신체와 감각을 공부하는 것이 불감증을 해 결하는 명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