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음란물 접속 영향..예방교육 절실

(고양=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 청소년 성범죄가 심각하다.

지난 해 경기지역에서 청소년이 저지른 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모두 334건으로, 2006년(242건)보다 38.0%, 2005년(154건)에 비해서는 116.9%나 급증했다.

특히 최근 발생하고 있는 청소년 성범죄는 초등학생부터 회사원까지 그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있으며 수법 또한 성인 못지않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적이다.

청소년 성범죄는 잔인하고 정신병적인 성인 성범죄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한다면 예방교육이 절실하지만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 '대담한 성범죄' 원인은 = 고교 3년 A(17) 군은 2일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A 군은 이날 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인근에서 학교 체육복을 입은 채 여성을 성추행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경찰 조사결과 아무런 죄의식없이 청소년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성적 충동이 전혀 제어되지 않은 채 범행이 이뤄졌다.

3월에는 10여 차례에 걸쳐 여자 초등생을 흉기로 위협해 아파트 지하 계단 등에서 성폭행한 중학생 C(15) 군이 경찰에 구속됐다.

넘쳐 나는 비디오물에서 본대로였다.

이 두가지 사례는 청소년 성범죄의 경우 죄의식없이 학습화, 반복화, 강력화된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처럼 성인 범죄와 다를 바 없는 청소년 성범죄의 원인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장석헌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 범죄의 상당수는 영상물이나 성인범죄의 모방범죄"라며 "최근 인터넷 접근 환경이 좋아지면서 성범죄 청소년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터넷에 노출되는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청소년 성범죄가 전체 성범죄에 비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상섭 공주치료감호소장도 "포르노에 대한 잔상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청소년 성범죄자의 정신감정을 해보면 가족이나 학교 등 주변의 관심이 멀어지는 상황에서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극도의 가학적인 음란물을 반복적으로 보고 이를 모방한 사례가 자주 관찰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충분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주요한 성범죄 확산 이유다.

성폭력상담소 안선희 상담위원은 "청소년 가해자와 상담해 보면 변화된 성의식을 배우지 못한 채 이성을 강제로 다뤄도 된다는 잘못된 통념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예방교육 '유명무실' = 청소년 성범죄는 모방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가해 청소년도 잘못된 사회 문화와 시스템에 따른 피해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청소년 성범죄자의 경우 성인 성범죄가 소아기호증 등 병적인 증세로 고착화되는 것과 달리 성교육을 통해 재발방지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에서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전혀 다르다.

경기도교육청은 2006년 12월 강제추행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학생들의 성범죄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특별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지침만 있을뿐 실제 경기지역 초.중.고 가해학생을 상대로 특별교육을 했는 지를 점검하고 어떤 효과가 있었는 지 분석하는 등의 사후관리는 손을 놓고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이 강제추행 등으로 불구속된 경우 경찰이 학교에 알려주지 않는 이상 학생의 범죄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워 교육청이 일괄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또 "가해 학생 부모가 교육을 원하지 않거나 학생이 전학을 가는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상담소 안선희 상담위원은 "청소년 성범죄자의 경우 범죄와 놀이에 대한 구분이 없어 범죄를 집단 놀이쯤으로 즐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들은 성교육을 통해 행동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만큼 무료 성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나 학교, 사법기관과의 연계성 강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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