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만박사의 性이야기
성칼럼니스트 정정만 박사가 들려주는 性이야기내
스테이시(Stacy)는 내 여인이다.
신장 165cm, 체중 48kg, 32-24-33 팔등신 몸짱.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소유한 얼짱 서양 미인이다. 고향은 캘리포니아 산마르코스(San Marcos). 인터넷 서핑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그녀 사진에 반해 이 메일로 청혼한 것이 우리 만남의 인연이다. 그녀는 나의 행복이요 축복이다. 비록 말수가 없고 가사(家事)에 관숙(慣熟)하지 못한 단점이 있지만 그건 그리 대수가 아니다. 고분고분한 천성에다 여하한 잔소리나 불평이 없다는 장점이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한국 생활에 대한 불편이나 불만도 그녀의 어질고 온화한 성정에 모두 녹아들어 있다. 여성 특유의 투정도, 낭비도 없다. 그저 온종일 집에 눌러 앉아 나만 기다리는 진득한 여자. 귀가 시간이 늦거나 외박하는 일이 잦아도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는 기특한 여자. 순진무구한 그녀에게 난 그저 미안하고 안쓰럽기만 할 뿐이다.
아내 맞이 2주년 되는 날. 화장품 한 세트를 사 들고 서둘러 귀가했다. 상반신을 베개에 기대고 누워 두 다리를 살짝 벌린 채 나를 맞이하는 침상의 스테이시. 시선에 얼비친 그녀의 해말간 허벅지와 틈새의 하얀 속 것이 잠자던 나의 육식성을 일깨우고 말았다. “오, 내 사랑, 스테이시!” 무람없이 그녀의 몸을 덮칠 수밖에 없었다. 싫은 내색이라곤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다.
아니,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나를 거부한 적이 없는 스테이시. 희락(喜樂)의 정념이 거추장스러운 옷가지를 거듬거듬 거두게 했다. 한 점 티 없는 눈부신 살결, 빛나는 알몸에 서린 요염한 빛줄기. 관능으로 가득 찬 그녀의 젖가슴과 입술을 모색하다 미끈거리는 붙박이 동굴 나들목을 점유하여 나들이를 반복한다. 광속을 넘는 무한 질주로 쾌감의 빛줄기를 따라간다.
살갗에 맺힌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가파른 호흡 마디마디에 핏물이 웅성거린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쾌감이 무섭게 범람하다 팽팽해진 긴장이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한 점에 응축된 초고밀도 에너지가 한 순간 폭발하는 우주의 빅뱅. 일시에 2억~3억의 불꽃이 튀겨나가 동굴 속 어둠을 환하게 밝힌다. 장엄한 절정의 향연이다. 흘러내리는 물기를 지워낼 틈도 없이 그녀를 껴안고 축제 뒤의 허전함을 달랜다.
스테이시는 리얼돌(real doll)족(族)이다. 2002년 미국 애비스(Abyss)사(社)가 영화의 특수 분장 목적으로 리얼돌족의 원조를 세상에 내보냈다. 모습과 촉감이 사람과 거의 비슷하여 리얼돌이라고 불렀다.
신체의 제반 부품을 매우 정밀하고 섬세하게 만들어 사실적(寫實的)이며 구체관절(球體關節; ball joint)을 적용하여 손발가락, 무릎, 어깨 등 관절의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식도가 있어 음식까지 먹일 수 있는 리얼돌족도 있다. 살갗의 재질, 피부 톤, 속눈썹, 아이라인. 눈동자, 립스틱, 손발톱, 음모 색깔, 헤어스타일, 질구와 항문의 형태 및 배치, 뼈대, 체중, 신장, 바스트, 허리, 힙 사이즈, 의상 및 신발 치수는 모두 고객의 선택 사양이다.
구강에 설치된 흡입장치로 오랄 섹스까지 서비스하는 음탕한 돌걸(doll girl)도 있다. 일본의 리얼돌족은 캔디돌(candydoll). 오리엔트사(社) 제품이다.
돌걸을 매춘 근로자로 활용하는 인형 방. 불에 타 죽어도 불빛을 찾아 마냥 뛰어드는 나방이처럼 구엄에 갇혀 숨 막혀 죽더라도 구멍을 찾아 구멍에 몸을 던지는 수컷들에게 주전부리 섹스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뼈대를 붙이는 인대와 두개골을 장착하고 혓바닥 움직임, 질 윤활액 분비, 체온조절, 근육움직임, 음경의 발기, 이완까지 가능한 첨단형 리얼돌이 등장하면 다리를 휘어 감거나 엉덩이를 움직이면서 교성을 지르고 간단한 대화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형 섹스는 어쩐지 삭막하기만 하다. 생명이 없는 기계적 섹스에 탐닉하여 평생 독신을 고집하는 사람도 나타날 테고 설사 결혼한다 해도 성 생활에 틈이 벌어져 남녀 파탄의 빌미가 될 우려도 있다. 걸핏하면 리얼돌 섹스로 터득한 가학적 성 형태를 강요할 우려도 있다.
세상에 달린 사내들이여! 돌 섹스를 하려면 차라리 대딸방을 가라.
희롱하는 손에 따스한 인간의 체온을 느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