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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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워야 할 절박한 상황에서 광부로 취업하는 조시(샤를리즈 테론).
예상대로 일은 고됐지만, 그보다 힘든 건 남자 동료들의 무시와 성희롱이다. 직장 여성들이 성희롱을 묵묵히 참는 것을 목격한 그녀는 회사에 처우개선을 요구한다.그러나 돌아오는 건 여자 화장실을 오물투성이로 만들고 성폭행 협박이었으니. 더욱이 여직원들마저 조시를 원망하고 그녀의 부모마저 신중치 못한 처사라고 책망한다.
이에 굴하지 않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조시.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세 명의 동의를 받으려고 백방으로 뛰기도 한다.허나 가장 친한 동료 글로리(프랜시스 멕도먼드)는 루게릭병으로 몸져 누워있고, 한때 애인이자 현재 광부로 있는 바비는 그녀를 헤픈 여자로 매도한다.
그 와중에 그녀가 강간을 당해서 미혼모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회사 측과 남성 직원들의 횡포는 더욱 심해지고 그녀는 고립무원의 상태로 몰리게 되는데 (중략)타이틀 롤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은 <몬스터>(2003)이후 연기에 물이 오른 것 같다. 이제 그녀에겐 완벽한 미인 보다는 연기파배우 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몬스터>에서 보여준 심오한 내면 연기에 이어서 이 영화에서도 열연을 펼쳤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고 할리우드 필름페스티벌 선정 올해의 여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미네소타의 에벨레스 광산에서 일하던 루이스 젠슨(Lois Jenson)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성희롱 집단 소송으로 기록된 젠슨 대에벨레스 광산 사건은 1991년에 이르러서야 종료되었다.
작은 체구의 미혼모인 젠슨은 미네소타 북부 철광에 최초로 고용된 여성 중 하나였는데, 성희롱으로 고통 받는 여성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당시 그 여성들은 혹여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여, 스토킹과 강간의 위협에도 묵묵히 참고 있었다. 바로 젠슨의 주도 하에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말이다.
영화 속에서 자행되는 남성 직원들의 온갖 상소리와 강간 시도는 모두 사실이다. 여직원 사물함 안에 들어있는 옷에 정액이 묻어 있는 장면도 실제 있었던 일이다. 이와 같이 어느 나라 못지않게 여권이 신장되었다는 미국조차도 20 여년전의 여성은 직장 내에서 차별과 성희롱에 인내해야 하는 약자였다.
이 영화에는 처음부터 남성의 온갖 성폭력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모든 남성이 조시를 비롯한 직장 여성들을 괴롭힌 것은 아니었다.
변호사 빌(우디 해럴슨)은 그녀의 아픔을 감싸주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온갖 상스러운 말을 하던 남자 광부 중 일부는 그녀의 용감한 행동에 박수를 보냈다. 그럼 그 남자 광부의 행동 변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직장 내의 성희롱과 여성을 향한 학대가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즉 단지 여성차별적인 시각에서 동료 여성을 희롱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자기 방어적 행동이다. 소위 3D 직업이라 할 수 있는 광산에까지 여성이 진출한다는 사실이 남자 광부들에게 실직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성희롱으로 대변되는 여성을 향한 적대적 행동이었다. 한편으로 그러한 남성들의 위기의식은 현실로 나타났다.
영화 속 시대배경인 1980년대 들어서 많은 광산이 문을 닫아 광부들의 대량실업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여성노동자를 위한 할당제가 시행되고 있어서, 실제로 남자의 일자리가 위협받았다.이렇게 볼 때, 조시가 제기한 성희롱 집단 소송 사태의 궁극적인 원인은 바로 생존권 문제와 직결된다. 하긴 조시가 웬만한 남자들도 꺼리는 광부로 나서게 된 배경 역시 아이를 부양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사람 사는 세상에서 예나 지금이나 가장 큰 고민꺼리는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적 요인인 것 같다. 대다수 살인과 강도짓을 벌이는 이유도 그렇고 전 인류의 목숨을 위협하는 전쟁도 그렇고, 이 영화의 소재인 성희롱 소송사건의 원인도 그러하니 말이다.
출처 : 이코노미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