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외모와 명석한 두뇌, 거기에다가 홍콩 최고의 백만장자인 샘(유덕화). 그러나 그의 모습 한 구석에는 외로움이 짙게 배어있다. 세 번의 이혼이 말해주듯, 사랑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한 눈에 들어오는 아가씨가 있었으니. 바로 낮에는 카지노의 딜러로, 밤에는 클럽의 댄서로 일하지만, 인생을 당당히 즐기는 귀여운 여성 밀란(서기).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사랑을 키워 가지만 샘에겐 찜찜한 구석이 있다. 자기 신분을 알았을 때,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 지 두려운 것이다. 역시나! 그녀는 놀람과 일종의 배신감으로 샘과 거리를 두려한다. 게다가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이 알려지자, 홍콩 사교계마저 쑥덕거렸으니. 결국 샘은 주변 사람들의 강요에 못 이겨 혼전계약서를 내밀고, 상처받은 밀란은 샘을 떠난다. 이제 샘은 사랑과 사업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인생 최대의 승부수를 던지려 하는데… (중략)

이 영화는 <무간도>를 연출한 유위강 감독의 로맨틱 드라마로서, 유덕화와 서기의 동반 출연으로 제작 당시부터 큰 화제가 되었다. 더욱이 이미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예의 이 영화에서도 실제 연인처럼 전혀 어색한 구석이 없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이혼남 백만장자와 가난하지만 당찬 여성이 만나 결혼에 골인하는 현대판 신데렐라이다. 거기에 우직한 순수남인 린주(장한위)와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여린 감성을 지닌 조(데니스 호)의 사랑이 양념처럼 등장한다.

장한위는 과거 펑 사요강의 <집결호>에서 의리와 통솔력을 겸비한 군인으로 나와 관객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 영화에서도 유사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 <라스트 프로포즈>는 작품성이나 표현 기법에서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 마치 홍콩판 <귀여운 여인> 같다고나 할까. 처음부터 짐작한 갈등이 전개되고 극적이고도 가슴 훈훈한 예상된 결론에 한 치의 벗어남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뻔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 나름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바로 만화에서나 있을 법한 영화 속 내용이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즉 샘과 밀란의 밀고 당기는 사랑전선은 마카오 최고의 재벌인 '스탠리 호'의 실제 러브 스토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스탠리 호는 마카오 내 카지노 30개 중 22개를 소유하고, 그의 세수입만으로 마카오 재정의 3분의 1을 충당할 정도로 재력이 엄청나다. 더욱이 영화 속 샘처럼 세 번의 이혼 상처로 가슴 아파했으며 사랑에는 유난히 서툴렀다.

그런 그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성 '안젤라 렁'을 만나 결혼에 골인했으니, 이와 관련한 온갖 루머와 추측 기사가 나온 건 당연하다. 그리고 이러한 유형의 기사와 맞물린 영화 속 장면이 있다. 바로 샘이 주변 사람들의 압력에 못이겨 밀란에게 혼전계약서 작성을 부탁하는 장면이다.

분명히 샘의 제안은 밀란에게는 가슴 속 깊은 상처를, 관객에게는 이제까지 고조된 무지개빛 분위기가 일순간 사라지는 걸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장면은 동화같기만 하던 사랑이야기에 현실 세계를 덧입힘으로써, 오히려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시킬 수 있다. 결혼과 연애의 차이 그리고 사업과 결혼의 관계를 이  장면으로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라스트신에서 밀란이 샘에게 청혼하는 장면은 단순한 영화적 장치가 아니다. 계산하지 않은 진실된 마음보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남녀가 따로 없다.

프랭크 카프라의 <어느날 밤에 생긴 일>에서 가진 거 별로 없는 순박한 피터(클라크 게이블)는 엄청난 갑부의 딸이자 사랑하는 여인 엘리(클로데트 콜베르)를 보호해준 대가로 39달러 60센트를 요구했다.

결국 엘리의 아버지는 감동하고 사랑하지 않는 남성과 결혼할 뻔한 엘리는  식장에서 도망치는 용기를 발휘한다. 엘리나 샘 모두 진정한 사랑 앞에서는 체면이고 형식이고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가뜩이나 우울하고 답답한 일만 생기는 요즘 세상에 <라스트 프로프즈> 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로맨틱 드라마는 생활고에 지친 관객들의 마음을 순화시키는 효능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 이코노미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