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自閉症)이란 말을 최근 부쩍 우리 주위에서 많이 듣게 되었다. 대개 국내에서 자폐증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약 10년이 조금 넘었다. 자폐증이란 어떤 병인가 ? 이것은 지금부터 꼭 50년 전인 1943년 미국의 소아정신과 교수인 카너(Leo Kanner)박사가 신체적 발달이나 외모는 정상인데,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말이 늦고, 말을 하더라도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언어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혼란이 있으며, 반복적인 놀이, 같은 놀이나 행동을 되풀이하며, 상상력은 부족하지만 기억력은 좋은 특이한 아이들이 관찰된다고 하여 11명을 의학 잡지에 보고하면서 <유아 자폐증 : early infantile autism>이라고 한 것이 시발이다. 그후 이같은 특이한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 재차 확인되고, 수많은 연구와 치료가 이루어져 왔으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이 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자폐증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은 자폐(自閉; autism)란 말이 움츠러들고 자기 도취에 빠져 있음을 나타내는 뜻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한때는 아동기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리어 지기도 한 적이 있었는데 이것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자폐적인 증상을 많이 갖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현재는 서로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일부 교사나 부모들이 숫기가 없어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아이까지도 자폐라고 하는 수가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일이다.

자폐아동에서 보이는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다음이 있다.
1) 대인관계 형성의 장애,
2) 의사소통의 장애,
3) 행동이나 관심의 폭이 극도로 제한됨 과 같은 증상들이다.

이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대인관계 형성의 장애에서는 ; 다른 사람의 기분・존재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아프거나 다쳐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따라하지 않는다, 사회적인 놀이를 하지 않는다, 또래와 어울리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2) 의사소통의 장애 를 보면 ; 말을 하지 않는다, 눈맞춤과 같은 말이외의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다, 상상놀이를 하지 못한다, 언어(억양,빠르기,세기 등) 사용에 이상이 있다, 언어형태의 이상(앵무새같이 따라하는 반향어,TV선전을 혼자서 따라하는 말.나 과자 먹을래 ? 와 같이 잘못 쓰는 말등), 다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상관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하는 등의 대화불능을 나타낸다.
3) 행동이나 관심의 폭이 극도로 제한된 증상 으로는 반복되는 몸놀림(손을 흔들어 댄다,머리를 찧는다,몸을 비비꼰다 등), 사소한 물건에의 집착(냄새를 맡는다,바퀴를 돌려댄다,물건의 겉을 만져댄다), 사소한 변화에도 참지를 못함, 의례히 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시장에 갈때 항상 똑같은 길로만 가야한다), 관심의 폭이 극도로 제한됨등의 모습을 갖는다.
4) 그외에도 부수적으로 동반되는 증상들 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흔하다.
① 지능발달지연 --- 대개 중등도의 저능 동반
② 자세나 행동함에서 이상 --- 흥분할때 팔을 흔들거나, 겅중겅중  뛰거나, 찡그리는 모습 ; 발끝으로 걷는 것 ; 팔이나 몸의 이상한 자세
③ 자극에 이상한 반응 --- 아픈 것, 차고 뜨거운 것에 무감각한 반응 ; 어떤 소리에 이상하게 귀를 막는 것 : 어떤 빛이나 냄새를 이상하게 좋아하는 것
④ 먹고, 마시고, 자는 데 이상 --- 편식이 심하거나, 음료수를 지나치게 마심, 놀래면서 밤에 자주 깸 ⑤ 기분 변화의 이상 --- 기분이 수시로 바뀜, 이유없이 낄낄 웃거나 울움, 감정을 못 느끼는 것 같거나, 두려움이 없어보임. 별것 아닌데도 지나치게 두려워 함
⑥ 자해행동 --- 머리찧기, 손톱이나 손 물어뜯기 등이 흔하다. 이런 증상들이 자폐증에서 모두 있는 것은 아니고 또한 정도도 모두 각기 다를 수 있다.

자폐증의 빈도는 대략 인구 10,000명 중에 4-5명, 범위를 넓혀서 자폐증과 유사한 비전형 자폐증을 포함할 경우, 10-15명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국내에서 약 3-4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만 3 세 이전에 이상이 발견되고, 가끔 5-6살이후에 알았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발달과정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그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음을 알수있다.

원인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두가지 설명이 있어왔다. 한가지는 자폐증은 태어날 때는 정상이었는데 키우는 과정에서 잘못되었기 때문에 자폐증이 된다는 심리적, 환경적 원인론이다. 이같은 이론의 배경에는 다음의 3가지 정도의 근거가 있어왔다. 첫째 이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애정 표시에 현저한 장애를 보인다. 둘째 자폐증 연구의 초기에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이 여러가지 정신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어려서 겪는 생후 초기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에 자폐증도 정서적 원인을 주장했다. 셋째로 이들 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자폐아동들의 부모들이 비정상적인 성격이나 양육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보고했다. 그러나 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러한 부모들의 특징은 원인이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아이를 키우면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는 이같은 원인을 주장하는 학자는 거의 없으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이같은 믿음을 갖고있는 수가 있다. 최근의 견해는 자폐증의 원인을 신체적, 뇌 기능적 입장에서 이들 기능의 이상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로 임신중에 산모의 풍진, 임신 중기의 출혈이 있으면 자폐증의 발생 빈도가 훨씬 더 높으며, 그밖에 뇌파검사에서 약 50-80% 에서 이상소견을 보인다, 자폐증에서 저능, 간질, 뇌성마비가 동반된다, 여러가지 검사에서 비정상적인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등의 연구들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들을 진단 할때는 혹시 귀머거리가 아닌가 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TV 선전 소리에는 다른데 있다가도 달려오기 때문에 구별할 수 있으며, 반대로 못듣는 아이들은 비록 듣지는 못하더라도 얼굴 표정에서 반기는 대인관계의 형성이 이루어진다. 흔히 ‘말이 늦된다’고 하여 발달성 언어장애와 혼동하는 수가 있는데, 이 아이들은 말이외에 손짓, 표정등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대인관계의 이상, 변화에 대한 저항등의 자폐증상이 없다. 정신지체, 과잉운동증, 모성결핍에 의한 반응성 애착장애, 뇌손상, 아동기 정신분열증등과 구별을 지어야 한다. 그외에 소위 ‘유사 자폐증’이라 불리우는 비전형적인 자폐증이 있는데, 이 경우는 위의 몇가지 자폐증 증세를 보이지만 덜 심하고 예후도 낫기 때문에 구별이 필요하다.    

치료에 있어서는 자폐아동이 가지고 있는 증상과 문제는 그들이 살아가는데 지장을 초래하고, 점진적인 회복과 호전을 보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고쳐지지는 않고, 일생동안 남아있는 일종의 장애로 이해해야 한다. 자폐증을 완쾌시키는 특효약이나, 수술방법, 특수교육, 놀이치료 방법은 현재까지는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 아이들을 위해서 할수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문제를 완전히 고치지는 못하더라도 갖고있는 기능을 최대 한도로 활용하도록 계발시키고 장애를 극복시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근접시킬 적응 능력을 가르쳐 줄 수 있다. 부모・교사・의사・기관종사자・언어치료사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합심하여 이 아이들을 돕는다면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치료와 교육의 원칙이 몇가지 있는데 살펴보자.
1) 조기발견  
2) 정확한 진단 및 평가  
3) 다방면 전문가의 협력  
4) 정상행동의 증가  
5) 적극적인 노력  
6) 정상아동과의 접촉 격려  
7) 치료자로서의 부모  
8) 체계적인, 잘 짜여진 치료및 교육 계획표 에 의한 교육이 중요하다.

부모들은 앞서 논의된 여러가지 사항들을 잘 기억하면서 인내를 가지고 실제로 가정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지도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생각해보고 경우에 따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행에 옮긴다. 구체적으로 부모들은 아이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문제 행동 처리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그외에 집에서 기본적인 기능 수행과 습관에 대한 교육을 하며, 사회 경험을 확대하도록 노력한다. 또한 의사 표현이 부족하여 아픈 것을 알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평소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하고, 특히 치과에 갈때 문제가 많은데 평소에  이닦는 습관을 가르치고, 꼭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서 주치의로 활용할 수 있는 의사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부모들이 자폐아동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갖다보면 다른 자녀는 방치되거나, 다른 사람의 손에 키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무조건 이 아이만 보살필 것이 아니라 다른 자녀들도 부모가 이해해주고 이겨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하며, 부모 자신들도 기계나 신이 아닌 이상 힘들 수도 있고 좌절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경제나 기타 여건이 허락된다면 집안일의 일부를 도와줄 일손을 구하는 것이 좋고, 하루 중에 몇시간 만이라도 따로 시간을 갖고 쉴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를 위해 할수있는 노력에는 한도가 있으므로 무작정 좋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어떠한 희생을 치루더라도 하겠다는 극단적인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교사는 자폐아동의 교육과 치료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자신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가능한 자주 교류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고, 그들에게서 제공되는 지식과 충고를 절충하여 사용해야 한다. 또한 부모들이 가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자녀를 위해 할 것 인지를 도와주고 가르쳐줘야 한다.

의사도 중요한데, 우선  1) 진단의 확인, 2) 연관된 문제나 장애의 파악, 3) 부모상담, 4) 문제 행동의 완화(예를 들면 할로페리돌(haloperidol)이나 펜푸르라민(fenfluramine) 같은 약을 투여함으로써 지나친 산만함,심한 저항,파괴적 행동,자해,상동증,위축,안절부절,짜증이 심할때 사용하면 빠른 시간에 많은 효과를 보이는 수가 있다. 장기간 사용해서는 안되고 보통 6개월정도 사용후 끊고 계속 써야할 지 관찰한 후 결정한다) 와 같은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끝으로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떻게 될 것인가 ? 지능(IQ)이 높고, 언어발달, 사회성의 발달이 좋은 아이들의 예후가 좋다. 어떤 아이들은 만 5-6세경에 아주 현저하게 호전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사춘기가 되면 또 한번 변화를 겪게되는데 어떤 경우 많은 호전을 보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 인지기능및 사회성의 감퇴, 또는 공격적・반항적 행동이 나타나며 문제행동이 심해지는 수도 있다. 일부 아이들은 점차 좋아져 전문대학과정을 마치는 수도 있지만 대인관계가 어색하다든지, 부적절함을 보인다든지 하는 문제가 남는 수가 있다. 앞에서도 강조하였지만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와 교육을 통해 이들이 갖는 장애와 문제를 가능한 최소화하고 정상생활을 할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명심하고 온 정성과 노력을 다 해야한다. 분명한 것은 이런 노력을 기울였을때 아이는 좋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성과학연구소
의학박사,전문의 한성희
국립서울정신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