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편도 “자식때문에 참고산다”

아내 애정기대수준 높아져… “性얘기 자주 나눠야”
입력 : 2005.05.29 22:17 12'



관련 검색어
섹스리스 부부


결혼 10년차의 박민수(가명·40)씨는 최근 몸무게가 4㎏이나 빠졌다. 아내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자와 외도에 빠져 아이들에게 밥도 제대로 차려주지 않고 밖으로만 돌고 있다고 서럽게 울었다. 사정도 하고 을러보기도 했지만, 아내는 오히려 “재산을 나눠 달라”며 이혼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남매를 아내 없이 혼자 키우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참고 살려니 이러다 죽을 것 같다”고 했다.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는 말은 더 이상 아내들만의 넋두리가 아니다. 아내의 외도가 늘면서 이혼과 체념 사이를 오가며 숨죽이는 남편들이 늘고 있다.


아내의 외도에 대한 남편의 반응은 대략 네 가지. ‘아내의 외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무조건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이 첫 번째 유형이다. 이혼은 하지 않으면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를 찾아가 협박을 하는 ‘응징’형도 있다. 아내의 외도를 아예 모른 체하며 회피하거나, 아내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유형도 있다.


부부 클리닉 ‘후’ 김병후 원장은 “예전엔 보따리 하나 들려 쫓아내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유형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새는 ‘회피’하거나 ‘용서’하는 남편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가정을 깨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아내에 대한 배신감, 분노 사이에서 갈등하며 ‘차라리 기억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절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남자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두려움이나 이혼으로 인한 재산 분할을 원치 않는 등의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당신 바람피웠지”라고 윽박지르고 싶어도, 사회활동으로 경제력이 생긴 아내가 오히려 이혼을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남편들을 ‘눈감게’ 한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눈감는다고 한번 불 붙은 아내의 외도가 쉽게 사그라지는 것은 아니다. 성의학자 강동우(미국 보스턴 의대 성의학연구소)씨는 “남자의 외도는 단순한 유흥, 매춘 문화에 기인한 경우가 많지만 여성의 외도는 부부 갈등이 근본적인 원인인 경우가 많다”며 “부부 갈등을 먼저 치료하지 않으면 아내의 외도는 언제라도 다시 타오를 수 있는 불씨”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