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달라지나… 남성 → 여성 전환 땐 병역 면제




[중앙일보 김종문] 대법원이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을 허가함에 따라 군복무.취업.결혼 등 각종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성전환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번에 대법원이 호적 정정 여부를 판단하는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 향후 일선 법원에서도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을 보다 전향적으로 인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 "남성→여성 바뀌면 군대 면제"=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이 허가되면 생물학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남자→여자, 여자→남자로 법률적 신분관계가 변경되는 것이다. 만 19세 이상 남자에게 부여된 병역 의무는 여성으로 성전환하고 법원의 허가가 난 경우 자동으로 면제된다. 법원이 여성으로 호적을 바꿔준 만큼 호적에 따라 병역 대상자를 분류하는 병무청은 성전환자를 '병적 제적자'로 분류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병무청에서 성전환자를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다고 판단, 정신과 군의관과의 면담을 통해 면제 여부를 판정했었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채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군의관이 "증세가 경미하다"고 결정하면 3급 판정을 받고 입대하기도 한다.

호적 정정이 허가된 성전환자는 주민등록번호도 새로운 성(性)으로 바뀌게 된다. 주민번호 뒤 7자리 숫자 중 처음이 1이면 남자, 2일 경우 여자를 의미한다. 2000년 이후 출생한 사람의 경우 남자는 3, 여자는 4로 표시된다. 상당수 성전환자가 정규직에 취업을 하지 못하고 야간업소나 일용직 등을 전전해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못 받는 등의 불이익을 겪었다. 1996년 대법원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 30대 성전환자를 성폭행한 피고인에 대해 강간죄 대신 강제추행죄를 적용한 판례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당시 "수술로 완벽한 성전환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성전환을 했지만 여전히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혼란도 예상=대법원은 "성전환자에 대해 호적 정정 신청이 허가되더라도 과거의 법률관계로 소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령 결혼해 자식까지 낳은 남자가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성으로 호적을 바꾸더라도 자식이나 부인에게는 여전히 '아버지'이자 '남편'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동성(同性) 간의 혼인이 인정되지 않고 있어 이럴 경우 혼인관계의 유.무효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김형두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결혼 후 성전환을 받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 기록이 호적부에 남아 있게 돼 개인의 사생활 노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 관계자는 "논란이 커지면 과거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외국에선=유럽에서는 스웨덴(72년)이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입법으로 허용했고, 다른 국가들은 판례로 이를 인정했으며, 영국도 2004년 입법을 통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일본은 2003년 7월 '성 동일성 장애자의 성별 취급에 관한 법률'을 제정, 이듬해부터 시행했다. 미국의 15개 주에서도 성전환자의 성 변경을 인정하고 있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김종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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