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행동 가운데는 단순한 버릇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것들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틱(tic)이다. 이것은 적당한 번역이 없어서 흔히 영어로 된 용어를 그냥 사용하는데, 자주 반복해서 자기도 모르게 근육이 움직여지는 현상을 일컫는 의학용어이다.

이것은 자기도 모르게 나타나는 것이지만 종종 참으려고 하면 없어지기도 하고, 잠을 자면 없어진다. 흔히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해지기도 한다. 눈,얼굴,목,어깨등을 움찔거리는 운동 틱(motor tics)이 제일 흔하고 심하면 팔,다리,몸통을 흔들어 대기도 한다. 그외에 ‘큭큭,흥흥,퇘,푸푸,으으윽’등 소리를 내어 마치 마른 기침을 하는 것과 같은 음성 틱(vocal tics)이 나타나기도 한다. 경과를 보면 이런 증상이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없어졌다가 다시 생기기도 하고, 또는 여러가지 형태를 달리하면서 오래도록 지속하기도 한다.


틱 장애는 세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첫째, 일시적인 틱으로 눈을 깜박거리거나 입을 씰룩거리거나 혹은 코를 계속 킁킁거리는 등의 틱 증상이 일년 미만 지속하는 경우를 일컫는데 국민학교 저학년에서는 매우 흔하여 보통 10명중에 1명 정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대개 몇주에서 몇달간 지속하고 큰 문제를 동반하지는 않으나, 흥분,긴장,피곤상태에서 심해진다. 둘째, 만성 운동 및 음성 틱은 일년 이상을 지속하고 틱 증상이 비교적 변하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뚜렡장애(Tourette disorder)가 있는데 가장 심하고 여러 문제행동을 수반한다. 약 100여년전 프랑스의 의사 뚜렡(Gilles de la Tourette)이 처음 보고한 이후, 그의 이름을 따서 붙인 병명으로 여러가지 형태의 운동 틱과 음성 틱을 동시에 갖으면서 여러가지 행동상의 문제를 갖는 경우를 말한다.

뚜렡장애를 중심으로 증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운동 틱은 일시적인 틱과 같이, 대개는 눈이나 얼굴 주위에서 시작하여 처음에는 안과나 소아과를 찾아 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점차 정도와 횟수가 심해지고 몸통쪽으로 진전되면서, 심해지다가는 약해지기도 하고 다시 심해지는 등 다양한 경과를 밟는데 심한 경우에는 이상한 몸짓으로 변하여 주위에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음성 틱은 앞에서 예를 든것과 같은 단순한 소리나 마른 기침과 같은 형태로 시작하여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등으로 오인되어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 이것 또한 심해지면 단순한 형태에서 발전되어 ‘응 그래, 됐어 됐어, 에이 씨, **’등의 단어나 간단한 문장을 반복하기도 한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좆 같이, 엿 먹어라’등의 듣기 거북한 욕설이나 음담(coprolalia)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증상은 뚜렡장애 아동에서 5 - 40 % 로 나타나는 그다지 흔한 증상은 아니지만 주위 사람들을 괴롭게하여 갈등과 불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하다.

그외에 이 아동들은 여러가지 행동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흔한 것으로 집중력부족과 주의산만함이 약 절반 정도에서 나타나며, 지나치게 꼼꼼하여 병적인 강박증(obsession, compulsion)을 갖는 아동이 약 40 % 정도가 된다. 이 증상들과 틱 장애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현재로서는 유전적인 소인에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틱 장애의 원인이 뇌기능의 이상이냐, 심리적인 문제냐 하는 논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아직 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은 없다. 일부는 결막염(눈병)이나 인후염(목감기)으로 인한 자극이 눈깜박이나 음성 틱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도 하며, 어떤 학자들은 심리적인 불안이 틱을 일으킨다고도 하였다. 최근에는 유전 연구와 약물치료와 관련하여 뇌기능에서의 신경전달물질에 관한 연구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이들 물질의 대사과정 중의 이상이 중요한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진단은 어렵지 않으며 일단 진단이 되면 우선 아동이 갖는 틱 증상과 연관된 행동문제가 어떤 것들이, 어느 정도 있는 가를 잘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평가한 후에는 가능한, 증상에는 관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아동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가정・집안분위기・양육태도 등에서 아동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있는지를 조사해 봐야한다. 만일 지나치게 부모가 강요하거나 제한하는 태도를 갖는다면 좀 더 허용하는 쪽으로 바꾸어준다. 또한 아동이 친구들과 사귀는 일이나 학업등에서 너무 어려워 하거나 긴장한다면 부담을 줄여주거나 도와줄 수 있는 길을 찾아본다. 만일 아동이 틱 증상을 갖고 있다고 해도,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내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자신감도 있으며 잘 지내는 경우는 증상이 약간 있다고 해도 큰 문제가 아니므로 이 정도에서 족하다.

물론 그외에 상담을 받거나, 긴장감을 줄이는 여러 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흔히 이들의 효과를 충분히 평가하기 전에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에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틱 ---> 불안(긴장감) ---> 틱 악화’의 악순환을 완화시키는 효과는 충분히 있다. 그외에 증상이 심하거나, 적응에 문제가 많거나 할때는 투약을 해야한다. 현재 이들 아동의 치료에서 사용하는 약으로는 할로페리돌(haloperidol),클로니딘(clonidine),피모자이드(pimozide)의 세가지가 있다. 대개는 초기에 소량으로 시작해서 호전되는 정도를 평가해 가면서 서서히 양을 늘려나가는데, 약 80 - 90 % 에서 호전을 보인다. 약을 먹으면서 아동들은 졸립다고 하는 수가 있지만 잘 조절해주면 별 문제는 없고, 틱 증상이 줄어듬과 동시에 아동들은 ‘안절부절하는 마음이 가라앉는다, 답답한 것이 덜하다’고 말하는 수가 많다. 투약은 비교적 장기간 지속하는데 보통 6개월에서 2 - 3 년이상 사용하기도 한다.

그외에 여러가지 문제행동을 갖거나 또는 정서적인 불안정을 보이는 수가 많은데, 특히 학교 수업시간에 주의력이 산만하여서 또는 음성 틱으로 인해 수업에 방해를 초래하는 수가 있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가 있을 때는 반드시 교사와 상의를 해야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틱 ---> 긴장 ---> 틱 악화’의 악순환이 교사의 이해나 협조가 없을 때는 해결이 어려워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증상으로 인해 수업에 지장을 어느 정도 초래하더라도 교사가 병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협조하는 경우에는 아동은 훨씬 쉽게 증상이 완화되는데 비해,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아동은 증상의 악화는 물론 정서적인 불안정・자신감 결여・학습 의욕의 저하・반항적 태도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교사와 가족들의 이해와 수용적 태도는 아동의 틱 증상의 악화를 초래하는 긴장감을 줄이고 수반된 문제 행동을 줄이는데 매우 유용하다.

틱 증상은 흔히 단순한 버릇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지나는 수가 많지만, 잘 눈여겨보고 그것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하거나 심해질 때는 아동의 주변을 싸고있는 환경과 아동의 심리 상태를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후에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이 발견된다면 그 요인을 제거하여 긴장감을 완화시키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증상 자체에는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물론 증상이 심하거나 문제 행동이 수반될 때는 투약과 함께 상담이 필요하고, 치료는 비교적 장기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대개는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드물게는 매우 심각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성과학연구소
의학박사,전문의 한성희
국립서울정신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