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고 난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밤에 잘 자다가 울곤 한다. 입학전보다 약간 일찍 대개 저녁 9-10시쯤 잠이 들면 1-2시간 지나서 거의 매일 혹은 하루 건너 깨는데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한데 아침에는 기억이 없다고 하고, 그 당시에는 눈동자에 촛점이 없고 겁에 질린 듯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울고 야단하다가는 한 10분쯤 지나면 대개는 다시 잠들어 버린다. 처음 며칠은 아이가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려 했는데 이런 증세가 계속되어 걱정이 되어 소아과에 가서 문의하였더니 별것 아니라면서 괜찮다고 하였지만 계속 그렇기 때문에 불안하다.』

    이런 경우 우선 진단은 ‘야경증(nightterror)' 이라고 한다. 대개 만 5-13세 정도의 국민학교 아동에서 잘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통은 별 문제가 않된다. 아이들이 잠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이상현상들이 일어나는데, 이런 현상들중에 이 나이에 흔한 것으로 ‘야경증’,‘몽유병’,‘야뇨증’,‘수면중 말하기’등이 있다.

    그중에서 야경증(夜警症)의 증상은 아이가 밤에 잠자는 도중에  잘 자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깨어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는데 이때는 옆에서 자극을 줘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대개 잠들고 1시간 반내지 2시간 정도 지나서 일어나는데, 이때 자율기능이 항진되기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거나, 숨을 가쁘게 쉬고, 맥박이 빨라진다. 약 3-5분, 길면 30분 가량 지속하기도 하는데 그런 후에는 슬그머니 다시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기억을 하지 못한다. 이 현상은 흔히 ‘무서운 꿈을 꿨다’고 하는 ‘악몽(nightmare; 惡夢)’과는 다음의 몇가지 점에서 다르다. 악몽은 우선 ‘생생하게 꿈을 기억한다, 깨우면 의식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악몽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새벽녘에 흔히 일어난다‘는 등의 특징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야경증과 다르다.

    야경증은 다음에 자세히 설명하지만 NREM 수면중에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4 단계 NREM 수면에서 REM 수면으로 넘어가는 단계를 조절하는 대뇌기능이 미성숙하거나 혹은 비정상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야경증은 나이가 들면 대개 저절로 없어지는 수가 많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나 약이 필요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점은 염두에 두고 처리한다. ① 혹시 아이가 이런 증세로 해서 다칠 수가 있으므로 잠자리 주변에 위험한 물건이나 가구등을 조심한다.  
② 또한 이런 증세가 자주 일어나게 되면 잠의 질이 나빠지므로 낮에 피곤이나 졸리움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규칙적인 수면 습관과 충분한 수면시간이 중요하다.
③ 경우에 따라서는 잠깐 낮잠을 자게 하는 것도 좋다.  
④  심한 경우에는 ‘수면중에 발생하는 간질’과 구별하기 위해 뇌파검사가 필요하고, 소량의 안정제를 일시적으로 투여하기도 한다.    

    의학에서 수면과 꿈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서 최근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왔지만 아직도 많은 것들이 베일에 쌓여있다. 그러나 최근에 다원수면측정기(polysomnography)라는 방법에 의해 수면의 여러 생리적인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하면서 부터 그 신비의 베일을 벗겨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으로 보면 잠이란 단순히 낮에 깨어있는 것과 달리 밤에 가만히 누워서 눈감고 자는 것만이 아니다. 즉 눈동자를 가만히 두고 근육도 움직이지 않고 호흡이나 맥박도 저하되고 뇌파에서 측정되는 대뇌기능도 저하되는 흔히 생각하는 수면기(non-rapid eye movement sleep : NREM 수면)와 자면서도 마치 깨어있는 동안과 비슷한 두뇌활동을 하는 수면기(rapid eye movement sleep : REM 수면)가 있음이 밝혀졌다. 생리적으로 REM 수면중에는 깨어 있는 것과 비슷하여, 뇌파에서 측정되는 대뇌활동이 마치 깨어있는 상태의 뇌파형태와 유사하다. 이같이 대뇌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꿈이 이 시기에 꾸게된다. 또한 이때는 근육이 심하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자율신경이 활발히 움직여 호흡・맥박・체온등이 깨어있는 것과 비슷하다. 또한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눈동자가 가만히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때는 눈동자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이것을 따라서 REM 수면이라고 부른다(‘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잠’이라는 뜻이다). 또한 NREM 수면(‘눈동자가 고정된 잠’이라는 뜻)동안에도 항상 같은 것이 아니라 조는 단계인 1단계부터 아주 깊이 잠들어버린 4단계까지 있고 이들이 주기적으로 잠들어서 부터 아침에 깰때까지 규칙적으로 교대하여 몇번 반복하는 정교한 수면주기(sleep cycle)가 있다.

    흔히 수면장애라고 하면  ① 잠이 들기가 어렵거나, ②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거나, ③ 수면중에 이상한 행동이나 현상들이 나타나거나, ④ 정교한 수면주기의 이상이 나타날 때를 모두 포함하는데 야경증등은 바로 그중에서 세번째에 해당하는 증상들이다. 잠들기 어려운 불면증이나 과수면, 수면주기의 이상과 같은 증상들은 대개 성인기에 나타나는 증상들이고, 아동들에서는 대신 야경증과 같은 수면중의 이상현상(parasomnias)들이 흔하다.

    생후 6개월 정도 되면 대부분의 영유아들이 잠들고나서  5-6시간정도를 잘 자고나서 대략 1-2번을 깨고, 그중 약 1/3내지 1/2의 아이들이 부모를 깨우지않고 다시 잠든다. 그러다가 10개월정도가 되면 약 90% 이상이 밤에 깨지않고 잔다. 이렇게 지내면서 만 2-3살까지의 아동들에서의 수면문제는 밤에 자다가 깨서 울고, 보채고, 먹으려하는 문제가 주로 되다가, 만 3-6세경이 되면 잠들 무렵 무서워하는 것(혼자 잠드는 것, 불 끄는 것등), 자다가 악몽꾸는 것등이 주로 나타난다. 그후 국민학교에 입학할 무렵이 되면 이같은 문제는 적어지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여러 수면에 수반된 이상행동들(야경증,야뇨증,몽유병,수면중 말하기)이 나타난다.

    이들 이상행동들은 REM 수면기에 발생하는 악몽과 달리 대부분 수면중의 NREM 수면의 제 4 단계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생리적으로 모두 비슷한 특징을 갖는다. 즉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NREM 4 단계 수면이란 가장 깊은 수면상태이기 때문에 깨우기가 아주 어렵고, 만일 깨워지더라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혼란되어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 또한 아침에 깨어서도 기억이 없다. 그외에 유전적 소인이 높아 가족력이 있고, 성별 차이가 심해 여아에 비해 남아에서 대략 6-8배 정도 흔하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시각도 대개 일정해서 잠들고 나서 90-120분 정도에 일어난다.

    몽유병(sleepwalking, somnambulism)도 야경증과 마찬가지로  NREM 수면중에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위의 여러가지 특징을 공통적으로 갖는다. 몽유병이 있는 아이는 밤중에 일어나서 여기저기 걸어다니기도 하고, 앉아있기도 하지만 대개는 정신이 혼란되어 있고 다치기가 쉽다. 흔히 생각하듯이 이런 아이가 집을 나가 멀리 간다든지, 부엌에 나가 돌아다닌다든지 하는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행동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가 수면과 관련된 문제를 갖을 때는 다음의 몇가지를 살펴본다. 첫째, 이들 수면문제와 직접 연관된 여러가지 사항들이다. 예를 들면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 몇살부터 인가 ? 일주일에 몇번 또는 하루 저녁에 몇번이나 일어나는가 ?  점점 경과가 나아지는가 혹은 심해지는가 ? 잠들고 나서 얼마나 지나 일어나는가 ? 그 시각은 대개 몇시인가 ?  둘째, 일상적인 수면습관은 어떤가 하는 것을 알아본다. 예를 들면 대개 몇시에 자서 몇시에 일어나는가 ? 수면은 규칙적인가 ? 잠은 어느 방에서, 누구와 함께, 어디서 자는가 ? 아이의 이런 증세로 어떤 사람이 괴로움을 당하는가 ? 혹시 잠들기전에 어떤 버릇이 있는가 ? 꿈이나 악몽을 얼마나 자주 심하게 꾸는가 ? 혹시 밤에 깨거나, 오줌을 싸거나, 코를 골거나 하지는 않는가 ?  세번째 마지막으로 수면중의 이런 증세로 낮에 어떤 일이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낮에 아이가 늘어지지는 않는가 ? 규칙적으로 낮잠을 자는가 ?  이런 문제로 아이가 캠프나 친척집에 가서 자는 것을 기피하는 등의 제한을 갖지는 않는가 ?  이같은 사항들은 수면장애를 갖는 아이를 평가하고 치료하기 위해 부모나 교사 또는 의사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들이다.  

    아동기의 수면장애들은 대부분이 수면에 연관된 이상행동들 이지만 이들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대개는 나이가 들면 대뇌기능이 성숙되어 증세가 호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동뿐 아니라 성인에서도 수면과 정신건강 나아가서는 전반적인 사회생활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어려서 부터 좋은 수면습관을 길러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아동들의 수면습관에도 관심을 기울여 규칙적이고 편안하고 좋은 수면습관을 길러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성과학연구소
의학박사,전문의 한성희
국립서울정신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