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사회문화
글 수 40
야동 보는 남편, 어떻게 하나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중독된다.. 아내도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해야
황00 (28) 주부
남편이 암호를 걸어 놓고 자기 컴에 못 들어 가게 하는 데 피치 못한 일로 직장에서 암호를 불러주게 됐다. 이상한 이름의 폴더가 있길래 들어가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 최악의 포르노 모음이었다. 고등학생도 안 돼보이는 어린 애들이 벗은 사진에다 동영상이 별게 다 있었다. 이걸 신랑이 봤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남자들이 원래 그런건지. 아님 이 남자가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런건지..
그런 사이트 만드는 놈들한테 화나고 신랑이 정말 한심하고 실망스러워서 미치겠다.
김00(35) 자영업
남편이 퇴근해 집에 와서는 방문을 잠그고 음란물을 본다. 문 잠그고 보는 사람에게 뭐라고 말 꺼낼 수도 없고 혼자 속상하다.
나는 포르노에 흥미도 없고 어쩌다 스팸 메일 같은 데서 보게되면 기분 나쁘고 불쾌하다.
음란물은 아름답고 섹시한 이성의 육체를 보며 로맨틱한 상상을 하는 것과는 종류가 다른 일이다. 아무런 커뮤니케이션 없이 몸을 욕구 충족의 도구로 삼는다는 건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이라 싫다.
야동(야한 동영상)보는 남편 때문에 고민하는 아내들이 많다. 인터넷 사용 인구가 증가하고 음란물 사이트 검색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최근 정보통신부는 국제관문국(국내와 해외 인터넷망을 연결하는 곳)에서 차단하고 있는 한글 음란사이트를 50개에서 240개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국내 네티즌의 56%가 상시적으로 음란물에 접속한다는 통계 수치도 있다. 네티즌은 하루에 평균 2개의 음란물 스팸메일을 받고 있다는 조사도 발표됐다.
가랑비에 옷 젖듯 음란물에 길들여진다
처음 음란물을 접하고 호기심에서 몇 번 들여다보거나 좀 심하면, 밤 늦게까지 눈이 빨개지도록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전전해본 경험은 흔히 들어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날 일터에서 졸만큼 몇 번 밤 새우고 나면 흥미를 잃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음란물에 친숙해지고 길들여지는 경우가 생긴다.
야동을 보는 세 그룹
포르노가 거기 있기 때문에 본다는 남자들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사는기쁨신경정신과) 원장은 음란물을 어느 정도 심취해 보는지에 따라 세 개 그룹으로 나눠 설명한다.
첫번째는 어쩌다 가끔 심심풀이로 들여다보는 경우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 속한다. 그들은 “남자라면 누구나 다 본다”고 말하면서 왜 포르노를 보냐고 물으면 ‘그냥 웃는다.’포르노가 거기 있기 때문에 본다는 사람들이다.
박00(40) 회사원
직장마다 남자직원 가운데 ‘공급책’이 한 명 정도 있을 거다. 나도 가끔 ‘소장품’이 많다고 알려진 후배 직원에게 “요즘 ‘18금(18세이하관람금지)’새로 나온 거 없냐고 물어보곤 한다. 접대용으로 야동 CD를 구해주기도 한다. 남자들끼리 친해질 수 있어‘교제 차원’으로 유용하다. 일상생활이나 부부관계에 지장을 줄 정도는 결코 아니다.
남00(43) 공무원
한 사람하고만 오래 하다보면 식상해지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파트너를 바꾸기는 어려우니 포르노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거다. 그리고 나서 와이프랑 할 때면 동영상에서 본 여자를 상상하면서 하는 거고...
부부생활이 지속되다 보면 만족도가 떨어지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냥 그 정도일 뿐이다.
각별한 재미를 느끼면서 포르노를 찾아 다니는 남자들
두번째로는 각별한 재미를 느끼면서 일종의 취미생활이나 레크레이션처럼 포르노를 찾아 다니는 경우다. 이들은 성인사이트에 가입해 회원간 자료 교환을 하거나 게시판에 매물로 나온 자료를 사이버 머니로 구입하는 식으로 소장목록을 늘린다. 최근 5∼6년 사이에 초고속통신망이 일반화되면서 부쩍 늘어난 그룹이다.
유00 (32) IT회사
4∼5년째 야동을 수집해오고 있다. 포르노를 모아 구워놓은 CD가 1천장이 넘는다. 언제부턴가 포르노를 보는 것보다 모으는 게 취미가 됐다. 초고속 통신망이 깔리면서 1시간 짜리 영상물을 다운 받는데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구OO리, 아OO스, O유 등의 사이트에 회원가입하면 게시판에서 자료를 살 수 있다. 주로 개인 간 파일 공유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아내는 물론 싫어한다. 연애하던 시절에는 같이 보기도 했는데 결혼하더니 시끄러워서 싫다면서 집에서는 보지 말라고 한다. 야동 CD들은 다 회사 사무실에 놔두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집에서 혹시 봐도 아내가 잘 때 조용히 본다.
음란물을 통해서만 쾌락을 구하는 중독자들
세 번째로 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고 음란물을 통해서만 쾌락을 구하려는 중독 현상이 있다. 심한 경우 치료가 필요한 그룹이다. 이들 중 일부는 성적 장애와 왜곡된 성 의식이 밑에 깔려있는 경우라 전문가와의 상담이 요구된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집 밖의 매춘업소를 전전하며 욕구를 해결했는데 이제는 그림과 동영상과 음란채팅과 번개 외도가 ‘세트 메뉴’로 이뤄지는 온라인 음란 사이트로 모여든다.
심00(26) 주부
남편(30)과는 2년 연애하고 결혼한지 2년 된다. 지금 남편은 나와 잠을 자지도 않고 섹스 안 한지 3개월이 넘었다.
난 직장을 다니고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는데 낮시간에 자위를 하는 모양이다. 어느날 낮에 잠깐 집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남편이 아랫도리를 벗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거다. 대문 여는 소리가 들리니까 얼른 화면을 바꾸긴 한 모양인데 포르노 씨디케이스는 그대로 옆에 열려 있었다.
그 이후에 매일 포르노 씨디의 위치를 체크하는데 매일 본 흔적이 있다. 나하고는 아예 할려고도 안 한다. 가끔 남편한테 애교를 떨어도 피곤하다고만 한다.
송00 (29)
29세의 남성으로 평소 포르노를 즐겨본다. 집안에 테이프와 시디가 그득하다. 그런데 이게 참 웃기는 것이 봐도 봐도 끝이 없다는 거다. 점점 새로운 것과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 원했던 포르노를 구해서 두 세번 보고나면 또 다시 다른 것을 찾고, 그거 다 보고 나면 또 찾고. 담배처럼 일종의 중독성분이 있다고 할까. 요즘 가능한 멀리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것도 엄연히 개인취미생활이라고 자부하지만 무엇에 빠져들어 정도가 지나쳐 버리면 문제다. 조만간 이 많은 물건들을 불태워버리기로 결심했다.
야동 보는 남편들 중 특히 두 번째나 세 번째 부류 즉, 성적 욕구를 해소할 여건이 형성된 다음에도 포르노물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면 원인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임승현 비뇨기과 전문의는 “포르노 중독이 진행되는 과정이 뚜렷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성욕이나 자기 방어 본능 등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중독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의 초기 증상은 음란물을 보지 않으면 허전하고, 좀 더 나가면 더 자극적인 장면을 원하게 된다. 성에 대한 도덕감이나 부끄럼이 없어지는 ‘무감각기’를 거치면서 성 도착 행위를 일삼고 변태적인 성 행위를 하게 된다.
이들의 문제는 중독 현상이 심해질수록 성적 환상 속에서 살게 된다는 것. 정상적 성 관계보다는 환상 속에서 자위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 결과 자위만 가능한 ‘특이 발기부전’이 생기기도 하고, 기혼 남성이라면 배우자에게 변태적인 성 행위를 요구하기도 한다.
부부 클리닉의 김병후 원장도 “방문을 걸어 잠그고 포르노 동영상 보기에 몰두하는 건 사춘기 청소년 때나 하는 일”이라면서 결혼 후에도 정상적인 부부관계보다 음란물 구경에 몰두한다면 “성적 발달이 청소년기에서 멈췄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김원장은 “아내가 남편의 포르노 집착을 알고 그걸 싫어한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계속된다면 호기심이나 권태 해소 이상의 원인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아내가 보는 앞에서도 음란물을 보면서 자위를 하는 남자도 있다. 뭔가 아내와의 관계에서 만족을 못해 쌓인 분노와 복수심의 표현이라는 측면도 있다.”
아내도 남편 문제 해결에 앞장서자
아내의 입장에서도 남편이 지나치게 포르노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성과학연구소 이윤수 박사(비뇨기과)는 “부인이 자녀에게만 신경을 쓰고 남편에게 소홀히 대하면서 소외감을 준 건 아닌가, 일상생활을 공유하지 못하고 인터넷이나 들여다보는 처지로 만든 게 아닌지 점검해보라”고 충고한다.
지나치게 포르노라는 “환상 속의 섹스”에 몰두하는 것은 현실 세상에서 성적인 불만이나 기타 다른 요소가 복합되어 쌓인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이거나 발달 단계가 유아기에서 멈췄음을 의미하므로 정신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란물 동영상을 보면서 욕구를 해소하다보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서 활력소를 얻기가 점차 힘들어진다. 무엇보다도 요즘같은 세상에서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가정깨트리기 싫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포르노에서 벗어나라”고 권한다.
내일여성센터 김영란 상담소장은 음란물에 집착하는 남편을 돕는 접근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 야동 보는 것을 무조건 비난하지 않는다. 남편 나름대로 빠진 이유가 있음을 인정하고 남편의 또 다른 취미활동으로 인정한다.
-같이 보면서 음란물의 내용에 대해 얘기해본다. 야동에서 본 대로 시도하고 싶은 경우도 있고 실제 시도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야동 장면을 두고 서로가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어느 정도 보는지 확인하고 횟수를 줄이도록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킨 것에 대해 격려하고 칭찬한다.
-오프라인에서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 취미 등을 만든다.
-자녀가 있는 경우 야동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함께 대화한다.
시사여성주간지 <미즈엔> 131호
오진영 기자 ojy@naeil.com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중독된다.. 아내도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해야
황00 (28) 주부
남편이 암호를 걸어 놓고 자기 컴에 못 들어 가게 하는 데 피치 못한 일로 직장에서 암호를 불러주게 됐다. 이상한 이름의 폴더가 있길래 들어가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 최악의 포르노 모음이었다. 고등학생도 안 돼보이는 어린 애들이 벗은 사진에다 동영상이 별게 다 있었다. 이걸 신랑이 봤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남자들이 원래 그런건지. 아님 이 남자가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런건지..
그런 사이트 만드는 놈들한테 화나고 신랑이 정말 한심하고 실망스러워서 미치겠다.
김00(35) 자영업
남편이 퇴근해 집에 와서는 방문을 잠그고 음란물을 본다. 문 잠그고 보는 사람에게 뭐라고 말 꺼낼 수도 없고 혼자 속상하다.
나는 포르노에 흥미도 없고 어쩌다 스팸 메일 같은 데서 보게되면 기분 나쁘고 불쾌하다.
음란물은 아름답고 섹시한 이성의 육체를 보며 로맨틱한 상상을 하는 것과는 종류가 다른 일이다. 아무런 커뮤니케이션 없이 몸을 욕구 충족의 도구로 삼는다는 건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이라 싫다.
야동(야한 동영상)보는 남편 때문에 고민하는 아내들이 많다. 인터넷 사용 인구가 증가하고 음란물 사이트 검색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최근 정보통신부는 국제관문국(국내와 해외 인터넷망을 연결하는 곳)에서 차단하고 있는 한글 음란사이트를 50개에서 240개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국내 네티즌의 56%가 상시적으로 음란물에 접속한다는 통계 수치도 있다. 네티즌은 하루에 평균 2개의 음란물 스팸메일을 받고 있다는 조사도 발표됐다.
가랑비에 옷 젖듯 음란물에 길들여진다
처음 음란물을 접하고 호기심에서 몇 번 들여다보거나 좀 심하면, 밤 늦게까지 눈이 빨개지도록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전전해본 경험은 흔히 들어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날 일터에서 졸만큼 몇 번 밤 새우고 나면 흥미를 잃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음란물에 친숙해지고 길들여지는 경우가 생긴다.
야동을 보는 세 그룹
포르노가 거기 있기 때문에 본다는 남자들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사는기쁨신경정신과) 원장은 음란물을 어느 정도 심취해 보는지에 따라 세 개 그룹으로 나눠 설명한다.
첫번째는 어쩌다 가끔 심심풀이로 들여다보는 경우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 속한다. 그들은 “남자라면 누구나 다 본다”고 말하면서 왜 포르노를 보냐고 물으면 ‘그냥 웃는다.’포르노가 거기 있기 때문에 본다는 사람들이다.
박00(40) 회사원
직장마다 남자직원 가운데 ‘공급책’이 한 명 정도 있을 거다. 나도 가끔 ‘소장품’이 많다고 알려진 후배 직원에게 “요즘 ‘18금(18세이하관람금지)’새로 나온 거 없냐고 물어보곤 한다. 접대용으로 야동 CD를 구해주기도 한다. 남자들끼리 친해질 수 있어‘교제 차원’으로 유용하다. 일상생활이나 부부관계에 지장을 줄 정도는 결코 아니다.
남00(43) 공무원
한 사람하고만 오래 하다보면 식상해지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파트너를 바꾸기는 어려우니 포르노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거다. 그리고 나서 와이프랑 할 때면 동영상에서 본 여자를 상상하면서 하는 거고...
부부생활이 지속되다 보면 만족도가 떨어지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냥 그 정도일 뿐이다.
각별한 재미를 느끼면서 포르노를 찾아 다니는 남자들
두번째로는 각별한 재미를 느끼면서 일종의 취미생활이나 레크레이션처럼 포르노를 찾아 다니는 경우다. 이들은 성인사이트에 가입해 회원간 자료 교환을 하거나 게시판에 매물로 나온 자료를 사이버 머니로 구입하는 식으로 소장목록을 늘린다. 최근 5∼6년 사이에 초고속통신망이 일반화되면서 부쩍 늘어난 그룹이다.
유00 (32) IT회사
4∼5년째 야동을 수집해오고 있다. 포르노를 모아 구워놓은 CD가 1천장이 넘는다. 언제부턴가 포르노를 보는 것보다 모으는 게 취미가 됐다. 초고속 통신망이 깔리면서 1시간 짜리 영상물을 다운 받는데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구OO리, 아OO스, O유 등의 사이트에 회원가입하면 게시판에서 자료를 살 수 있다. 주로 개인 간 파일 공유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아내는 물론 싫어한다. 연애하던 시절에는 같이 보기도 했는데 결혼하더니 시끄러워서 싫다면서 집에서는 보지 말라고 한다. 야동 CD들은 다 회사 사무실에 놔두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집에서 혹시 봐도 아내가 잘 때 조용히 본다.
음란물을 통해서만 쾌락을 구하는 중독자들
세 번째로 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고 음란물을 통해서만 쾌락을 구하려는 중독 현상이 있다. 심한 경우 치료가 필요한 그룹이다. 이들 중 일부는 성적 장애와 왜곡된 성 의식이 밑에 깔려있는 경우라 전문가와의 상담이 요구된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집 밖의 매춘업소를 전전하며 욕구를 해결했는데 이제는 그림과 동영상과 음란채팅과 번개 외도가 ‘세트 메뉴’로 이뤄지는 온라인 음란 사이트로 모여든다.
심00(26) 주부
남편(30)과는 2년 연애하고 결혼한지 2년 된다. 지금 남편은 나와 잠을 자지도 않고 섹스 안 한지 3개월이 넘었다.
난 직장을 다니고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는데 낮시간에 자위를 하는 모양이다. 어느날 낮에 잠깐 집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남편이 아랫도리를 벗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거다. 대문 여는 소리가 들리니까 얼른 화면을 바꾸긴 한 모양인데 포르노 씨디케이스는 그대로 옆에 열려 있었다.
그 이후에 매일 포르노 씨디의 위치를 체크하는데 매일 본 흔적이 있다. 나하고는 아예 할려고도 안 한다. 가끔 남편한테 애교를 떨어도 피곤하다고만 한다.
송00 (29)
29세의 남성으로 평소 포르노를 즐겨본다. 집안에 테이프와 시디가 그득하다. 그런데 이게 참 웃기는 것이 봐도 봐도 끝이 없다는 거다. 점점 새로운 것과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 원했던 포르노를 구해서 두 세번 보고나면 또 다시 다른 것을 찾고, 그거 다 보고 나면 또 찾고. 담배처럼 일종의 중독성분이 있다고 할까. 요즘 가능한 멀리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것도 엄연히 개인취미생활이라고 자부하지만 무엇에 빠져들어 정도가 지나쳐 버리면 문제다. 조만간 이 많은 물건들을 불태워버리기로 결심했다.
야동 보는 남편들 중 특히 두 번째나 세 번째 부류 즉, 성적 욕구를 해소할 여건이 형성된 다음에도 포르노물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면 원인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임승현 비뇨기과 전문의는 “포르노 중독이 진행되는 과정이 뚜렷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성욕이나 자기 방어 본능 등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중독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의 초기 증상은 음란물을 보지 않으면 허전하고, 좀 더 나가면 더 자극적인 장면을 원하게 된다. 성에 대한 도덕감이나 부끄럼이 없어지는 ‘무감각기’를 거치면서 성 도착 행위를 일삼고 변태적인 성 행위를 하게 된다.
이들의 문제는 중독 현상이 심해질수록 성적 환상 속에서 살게 된다는 것. 정상적 성 관계보다는 환상 속에서 자위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 결과 자위만 가능한 ‘특이 발기부전’이 생기기도 하고, 기혼 남성이라면 배우자에게 변태적인 성 행위를 요구하기도 한다.
부부 클리닉의 김병후 원장도 “방문을 걸어 잠그고 포르노 동영상 보기에 몰두하는 건 사춘기 청소년 때나 하는 일”이라면서 결혼 후에도 정상적인 부부관계보다 음란물 구경에 몰두한다면 “성적 발달이 청소년기에서 멈췄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김원장은 “아내가 남편의 포르노 집착을 알고 그걸 싫어한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계속된다면 호기심이나 권태 해소 이상의 원인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아내가 보는 앞에서도 음란물을 보면서 자위를 하는 남자도 있다. 뭔가 아내와의 관계에서 만족을 못해 쌓인 분노와 복수심의 표현이라는 측면도 있다.”
아내도 남편 문제 해결에 앞장서자
아내의 입장에서도 남편이 지나치게 포르노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성과학연구소 이윤수 박사(비뇨기과)는 “부인이 자녀에게만 신경을 쓰고 남편에게 소홀히 대하면서 소외감을 준 건 아닌가, 일상생활을 공유하지 못하고 인터넷이나 들여다보는 처지로 만든 게 아닌지 점검해보라”고 충고한다.
지나치게 포르노라는 “환상 속의 섹스”에 몰두하는 것은 현실 세상에서 성적인 불만이나 기타 다른 요소가 복합되어 쌓인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이거나 발달 단계가 유아기에서 멈췄음을 의미하므로 정신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란물 동영상을 보면서 욕구를 해소하다보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서 활력소를 얻기가 점차 힘들어진다. 무엇보다도 요즘같은 세상에서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가정깨트리기 싫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포르노에서 벗어나라”고 권한다.
내일여성센터 김영란 상담소장은 음란물에 집착하는 남편을 돕는 접근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 야동 보는 것을 무조건 비난하지 않는다. 남편 나름대로 빠진 이유가 있음을 인정하고 남편의 또 다른 취미활동으로 인정한다.
-같이 보면서 음란물의 내용에 대해 얘기해본다. 야동에서 본 대로 시도하고 싶은 경우도 있고 실제 시도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야동 장면을 두고 서로가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어느 정도 보는지 확인하고 횟수를 줄이도록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킨 것에 대해 격려하고 칭찬한다.
-오프라인에서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 취미 등을 만든다.
-자녀가 있는 경우 야동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함께 대화한다.
시사여성주간지 <미즈엔> 131호
오진영 기자 oj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