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와 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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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성작가 아니 에르노(65)가 1991년에 발표한 불륜 체험 소설「단순한 열정」(최정수 옮김) 과 6년뒤 에르노의 33세 연하의 애인 필립 빌랭(32) 이 쓴 「포옹」(이재룡 옮김. 이상 문학동네 )이 번 역,출간됐다. 「단순한 열정」은 에르노가 연하 유부남인 파리 주재 동구권 국가의 한 외교관과 나눈 짧고 격정적 인 사랑의 기록이자 회고이다. 작가가 실제 겪은 체 험이라는 점과 남녀간 성애가 솔직하게 묘사돼 출간 당시 프랑스 독서계에 파란을 몰고 왔다. "작년 9월 이후로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표현처럼 소설의 `나'는 그 남자와의 추억에 집착하면서 자나 깨나 오직 그에 대한 생각에 몰두할 뿐이다. 집착이 너무 강해 편집증이나 정신병에 걸린 상태 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에르노는 그러나 그 남자의 신분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절대 하지 않으며 비밀을 지켜준다. 「단순한 열정」은 6년 뒤 에르노의 연인 빌랭이 쓴 첫 소설「포옹」 때문에 다시 한번 인구에 회자된 다. 대학 1년생이던 `나(빌랭)'는 우연히 아버지가 읽 다 놓아둔 「단순한 열정」을 본 뒤 작가에게 편지 를 보낸다. 편지를 매개로 만난 56세 여성 작가와 23 세 청년은 그뒤 5년간 루앙과 파리에 있는 서로의 집을 오가며 격렬한 애욕의 시간을 보낸다. `나'는 「단순한 열정」을 다시 읽으며 작품속 연 인을 향한 여성 화자(에르노)의 사랑을 분석하며 질 투에 휩싸인다. 「단순한 열정」에서 그려진 한 남 자에게로 향하는 에르노의 불타는 열정이 자신과의 관 계에서 재연되고 있었던 것. 두번째 소설에서도 에르노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던 빌랭은 에르노와의 이별 이후를 다룬 세번째 소설 「포기」를 곧 발표할 예정이어서 화제가 되 고 있다. 한때의 연인 에르노를 철저히 문학적 출발점이자 모 태로 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