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홍석천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헤 라 퍼플」이 두차례 등급보류를 받아 또다시 현행 등 급분류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길채프로덕션이 제작한 「헤라 퍼플」은 어린 시 절 성폭행을 당한 기억에 시달리고 있는 40대 가정 주부가 심리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가상의 신 헤라를 통해 7명의 남자에게 복수한다는 것이 기둥줄거리로 탤런트 김청이 여주인공을 맡고 이세창과 홍석천이 각각 수사반장과 수사계장으로 등장한다.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는 지난 5월 21일 1차 심의에 서 엽기적인 성행위 장면 등 8군데를 문제삼아 등급 보류 판정을 내린 데 이어 6월 20일 2차 심의에서도 홍석천의 동성애, 여주인공과 천주교 신부의 성행 위, 절단된 성기 등 3군데를 지적하며 등급분류를 유보했다. 정길채프로덕션의 전영학 기획실장은 "2차 심의에 서 문제가 된 장면은 줄거리 전개상 꼭 필요한 내용 이지만 8월말 개봉을 앞두고 있어 부득이 앞뒤 대목 만 남기고 중간부분을 삭제해 금명간 재심의를 신청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9년 6월 공연윤리위원회가 등급분류위로 개편된 후 두번씩이나 등급보류를 받은 한국영화는 「거짓 말」과 「둘 하나 섹스」 두편에 불과하며, 「둘 하 나 섹스」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이 영화사측의 위헌심판 제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들어 등급분류위가 등급보류 결정을 내린 것 은 「헤라 퍼플」이 처음. 2일에도 김도연 주연ㆍ강 현일 감독의 「마고」가 짐승을 잔혹하게 도축하는 대 목과 음모가 노출된 장면 때문에 등급보류를 받아 삭 제나 부분수정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헤라 퍼플」이 두차례나 등급보류를 받았다는 사실 이 알려지자 영화계에서는 "등급외전용관이 허용되 지 않은 상태에서 등급보류 판정을 내리면 사실상의 검열 효과를 갖는다"면서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 다. 이에 앞서 등급분류위원인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도 지난달 「오! 그레이스」가 대마초 흡입 장면 때문 에 한차례 등급보류를 거쳐 필름 일부가 잘려나가 자 "등급보류를 내린 뒤 필름을 잘라오면 등급을 부 여하는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 다. 올들어 외국영화 가운데서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을 두차례나 차지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간장선 생」마저 등급보류를 받아 부분삭제되는 `수모'를 겪 었고 「플레이 메이커」 「타투」 「제이넷 이미지」 「차퍼」 등이 등급분류 판정 이후 재심의를 신청하 지 못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등급외전용관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제 기해왔으나 반대여론이 적지 않은데다가 영화계 내부 에서도 이견이 있어 「둘 하나 섹스」의 위헌 결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김혜준 정책연구실장은 "현행 등 급분류제가 검열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등급외 전용관 허용이 필수적"이라면서 "영화계 일각에서 등급외전용관 설치를 허용하는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올 가을 정기국회에 의원입법으로 발의하는 것을 추 진중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