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와 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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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햄 링컨, 루트비히 판 베토벤, 빈센트 반 고흐, 프리드리히 니체, 아돌프 히틀러…. 18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살았던 이들의 이름에서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사학자 데버러 헤 이든은 최고의 지도자, 천재적 예술인, 신의 예언자 등으로 일컬어졌던 이들은 매독이라는 질병으로 불멸 을 얻은 ‘파우스트의 자식들’이라고 말한다. 그의 저서 ‘매독’(길산刊)은 유명인사 14명의 발 자취를 통해 매독이 얼마나 무섭고 복잡다단한 병인 지를 들려준다. 매독은 콜롬부스 항해 이후 500년 동 안 유럽을 강타하며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저자는 창세기 이후 최대의 재앙이 매독이었다고 말한다. 매독은 신분과 지위, 빈부를 가리지 않았다. 희생자 들은 한 번의 실수로 영원한 ‘밤의 신사’로 숨어 살 면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파멸 뿐. 이 책은 매독에 희생된 명사들의 사례를 통해 한 순간의 쾌락이 얼마나 큰 고통을 수반하는가를 들 려준다. ‘신은 죽었다’고 외쳤던 니체는 스위스 바젤에 도착한 뒤 정신착란을 동반한 전신마비 증세를 보였는 데, 병원 진료기록서는 그가 매독에 감염돼 있다고 밝 힌다.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런 니체를 두고 “끔찍한 종말을 몰고 오는 맹독성 세균을 한 줄기 빛 으로 잘못 인식한 자”라고 질타했다. 음악가 로베르트 슈만 역시 매독 진단을 받고 비소 치료를 받아야 했으며, 링컨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링컨은 네 아 들을 두었으나 그중 셋이 매독에 감염돼 요절했다. 히 틀러는 “매독과의 투쟁은 민족의 과업이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이는 바로 자 신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고흐는 매춘부와 관계한 뒤 병을 얻었으나 그 매춘 부와 딸을 극진히 보살폈을 만큼 인간적이었다. 그 는 사회적으로 외면당하더라도 매춘부와 결혼할 생각 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 책은 매독의 어두운 면에 그치지 않는다. 매독 이 오히려 감염자에게 잠재 에너지를 제공해 불후의 명작을 남기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 드 모파상은 “위풍당당한 매독, 순수하고 우아 한 매독…. 나는 매독에 걸렸다. 그것도 진짜 매독이 다”라고 당당하게 매독 환자임을 밝히며 창작에 정열 을 쏟았다. 페니실린이 나오기까지 매독은 세계를 휩쓴 질병이 었다. 유럽 인구의 15%가 죽음으로 내몰렸을 정도이 니 그 피해를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매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