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소수자가 처한 현실, 그리고 우리들의 과제>

 

연예인 홍석천이 갖는 대표적인 수식어가 게이일 것이다. 그는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심한 대한민국에서 커밍아웃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위축되어 살아간다. 현재 시각예술 작가로 활동 중인 강영훈은 2008년 군 복무 시절, 성소수자임이 알려진 후 지독한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고 괴로워하는 그에게 부대가 제안한 것은 정신병원 입원이었다. 적지 않은 수의 성소수자가 존재함에도 그들에게 쳐진 사회적 펜스로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 2017년 대선 토론과 2018년 헌법재판관 선발에서 동성애와 동성혼에 대한 질문이 제시된 것을 보면 성소수자는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인 것은 확실하다.

성소수자란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동성애자, 무성애자, 범성애자, 젠더퀴어, 간성, 3의 성 등을 포함하며 성 정체성, 성별, 신체상 성적 특징 또는 성적 지향 등과 같이 성적인 부분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이를 말한다. 용어를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트렌스젠더는 사회적 성과 생물학적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고 양성애자는 사회적으로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감정적,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이다. 범성애자는 상대의 젠더를 인식한 상태에서 사랑하는 양성애와 다르게 상대의 젠더가 어떤 것인지와 관계없이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다. 젠더퀴어는 젠더를 남성과 여성 둘로만 분류하는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과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규범에서 벗어난 성 정체성을 가지는 것을 지칭한다. 간성은 다른 말로 인터섹스라고도 하는데, 염색체, 생식샘, 성 호르몬, 성기 등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 정의에 규정되지 않는 특징을 가진 사람이고 클라인펠터 증후군, 터너 증후군이 이에 속한다. 3의 성은 남성과 여성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세 번째 젠더를 뜻한다.

성은 남성, 여성 또는 간성이 있으며 어떤 사람이 해부학적으로 가지는 특징을 말한다. 성적 정체성은 어떤 사람이 성적으로 끌리는 성을 말하고 성 정체성은 자신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성 역할은 성적인 면에서 자신을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동성애를 비롯하여 성적 지향이 형성되는 생물학적 원인과 환경 요인에 관한 연구들이 꾸준히 진행됐다. 성적 지향은 유아기와 임신 후반기에 결정된다고 알려졌지만 성적 지향 결정 요인들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연구원이 동의하는 지점은 성적 지향에서 옳고 그름은 없으며 따라서 동성애를 이성애로 고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이다.

 

동성애는 정상적인 정신 발달이 어느 순간 멈추거나 문제가 생겨서 생기는 하나의 현상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프로이트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정신 의학자이다. 프로이트는 동성애를 잘 성장하지 못해 나타난 변이로 보았고 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 역시 정신과 의사인데 그녀는 동성애를 병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 고전적인 정신 치료에 의하면 동성애는 병이므로 치료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반면, 1990년 이후 미국정신의학회는 정신장애 진단 및 동계 편람(DSM)에서 동성애를 삭제했다.

이렇게 성소수자에 대한 논쟁이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입지가 매우 좁다. 그렇다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을까?

2013년 서울시 청소년 성문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는 청소년 중 약 6%이다. 이들이 처한 현실은 사실상 사회적 차별로 인한 탈학교와 탈가정이다. 믿었던 친구에게 자신의 성적 지향을 고백한 이후 아웃팅 되고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되면서 학교를 나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 중 98%가 교사와 친구로부터 혐오 표현을 들었고 54%가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으며 37.5%가 아웃팅과 아웃팅 위협을, 14.5%가 신체적, 성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성소수자들은 가정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실정이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많은 부모는 자식의 고백을 듣고 성적 지향의 차이를 정신 질환으로 몰아세우고 집 밖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 가정 폭력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결국 집을 나온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찜질방을 이용하거나 계단에서 쪽잠을 자기도 하며 홈리스가 된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제5(차별받지 않을 권리)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

 

위 조례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사회의 귀퉁이로 내몰리고 있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 중 80.6%는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고, 19.4%는 자살 시도, 16.1%가 자해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2009년에 고등학교 남학생이 아웃팅을 당한 후 따돌림으로 괴로워하다가 용기 내어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지만 담임 선생님의 미숙한 대처로 보호받지 못한 채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주변 학생들의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주변 어른들은 남학생이 보내온 위기 신호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관하거나 도리어 그를 꾸짖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청소년을 위해 마련된 전문기관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이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웃팅에 대한 우려가 상담과 신고를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이다.

202134일에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생 인권 종합계획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의 청소년 성소수자 106명의 요구를 전달했다. 학생 인권 종합계획은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제5, 즉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세운 방안이다. 그러나 20213월 새 학기가 시작된 시점에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어 벌인 일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성적 지향은 유아기와 임신 후반기에 결정되므로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이 상당히 어렸을 때부터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가정 내에서든 밖에서든 성에 대해 자유롭게, 건강하게 논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관습의 세습으로 성교육 시스템 자체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소수자 중의 소수자로 사회적인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이들이 사회의 안전망 안에서 보호받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인식 개선과 전문기관 도입 및 전문가 양성일 것이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사회의 변두리로 내모는 것은 사회적 차별이다. 동성애가 치료해야 할 질환이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성 정체성 중 일부라는 인식을 사회에 심어주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방송을 통한 충분한 노출이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청소년 성소수자들, 더 나아가 성소수자들이 놓여있는 열악한 환경을 인지하게 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 나갈 수 있다. 전문기관 도입과 전문가 양성 또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환경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청소년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명목상으로 공간만 마련되어 있는 학교 내 상담 시스템의 보완이 이루어져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또한, 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인식 개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법적, 정책적 보호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성소수자를 잘못으로, 문제로 인식하는 혐오세력으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 그들이 진정한 그들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 잘못인가?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사회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점차적인 인식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한편으로는 사회가 그들을 편견 없이 수용할 수 있는 날까지 그들을 보호해 줄 제도적이고 정책적인 보완을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는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우리가 안고 가야 하는 문제이다.

 

<참고문헌>

  • 기사

오세진, 학교 또래의 집단 괴롭힘아우팅끝에 돌아올 수 없는 선택, 서울신문,2021.05.17.,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517016002, 2021.10.14.

이혜리,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켜주세요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는 언제쯤, 2021.03.04.,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3041600001#c2b, 2021.10.14.

정용림, 청소년 성소수자를 불안하게 하는 건, 성 정체성이 아닙니다, ohmynews, 2021.09.20.,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70870, 2021.10.14.

'무조건 숨겼다'... 살기 위해 집 떠나는 청소년 성소수자들, BBC NEWS, 2021.06.28., https://www.bbc.com/korean/news-57620792, 2021.10.14.

 

유튜브 영상

동성애·동성혼 소신 밝힌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비디오머그 , 2018.09.10., https://www.youtube.com/watch?v=kuNHERBHq0Q, 2021.10.14.

[대선토론 하이라이트] 홍준표 "동성애 반대하느냐" 질문에 문재인 "좋아하지는 않는다", 2017.04.25., https://www.youtube.com/watch?v=isdZ1M2UHcE,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