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백신 예방 효과와 부작용>

HPV(인유두종 바이러스)는 DNA 기반의 바이러스로 사람을 비롯한 여러 동물의 피부나 피하에 감염되는데 현재까지 130여 종이 발견되었다. 이 중에서 30~40종의 HPV는 성적 접촉을 통해 이루어지고 특히, 자궁경부암의 원인 인자로서의 HPV를 살펴보고자 한다. 자궁경부암은 세계적으로 여성에서 두 번째로 흔한 암으로 매년 보고된 50만 건 중 23만 건이 사망에 이른다. 2003년 한국중앙암등록본부와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02년 한국중앙암등록 사업 연례 보고서’에 의하면 자궁경부암은 2002년에 3,979건 발생하였고 대한민국 여성 암 중 유방암(16.8%), 위암(15.3%), 대장암(10.7%), 갑상선암(9.5%)에 이어 발생 빈도가 5위(9.1%)를 차지했다. 자궁경부암이 갖는 의미는 백신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유일한 암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HPV 백신을 믿을 만한 것인가? HPV 백신과 관련하여 국내외 정책 동향은 어떠한가? 이러한 질문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펼쳐질 글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HPV 백신의 신뢰성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HPV 백신은 가다실(MSD), 서바릭스(GSK), 가다실9(MSD)의 3가지가 있다. 백신이 출시되고 나서 호주,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 필수 접종으로 도입되었다. 우리나라는 조금 늦은 2016년 6월부터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국가 예방접종지원사업(NIP)를 시행하고 있다.

가다실과 서바릭스는 모두 전체 자궁경부암의 70.5%를 유발하는 16·18형 HPV를 예방하고 가다실의 경우 곤지름이라고 하는 생식기 사마귀를 유발하는 6·11형 HPV를 추가적으로 예방한다. 암 예방 범위의 경우 서바릭스와 가다실9는 90%, 가다실은 70%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은 평생에 한 번 HPV에 감염된다는 통계가 있는 가운데 백신의 효과가 이렇게 높으니 감기, 몸살 정도의 사소한 부작용은 감수해 볼 만하다. 그러나 일본의 많은 부작용 사례와 16·18형 HPV에 감염된 환자에게 백신을 접종할 경우 더 높은 발병율을 초래한다는 뉴스는 백신 접종을 망설이게 한다.

실제 일본에서 백신 부작용 사례가 많이 보고되었다. 설 수도, 걸을 수도 없게 된 사례, 두통, 붓기, 생리 중단, 통증, 두드러기, 발열, 구토 등이 그 사례이다. 그중에서 2011년 여중생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직후 사망한 사건은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가장 키웠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 상임이사회 이재관 수련위원장은 “일본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나마타병, 탈리도마이드 기형 출산 등이 사회적으로 이슈되고 약제 및 공해 관련 질병에 대한 국가적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사회적 이슈로 인해 일본은 다른 나라보다 약제 부작용의 감시 체계에 대한 시민 단체의 영향력이 큰 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서 국가적 도입과정에서 제조회사와 의료단체의 투명성이 결여를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문의료인에 대한 사회 불신, 국가 의료기관과 전문의료인의 유기적 상호관계 결여, 매스컴의 사회적 오류를 지적하는 건강한 저널리즘 부재 등의 요인들로 인해 HPV 백신 부작용 공포감이 조성되었다고 말한다.

FDA 산하 백신신약제품권고위원회(VRBPAC) 회의록에 따르면 이미 16·18형 HPV에 감염된 환자에게 가다실 백신을 접종하면 자궁경부암 발병 위험이 오히려 44.6% 증가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은 평생에 한 번 HPV에 감염된다는 통계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에 해당하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제약회사는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 경험이 없는, 16·18형 HPV에 감염되었을 확률이 낮은 어린 소녀들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은 더 큰 불신을 쌓았다. 반면, 최근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한관희 교수에 의해 쓰인 건강 칼럼에서는 성경험이 있어도 백신 접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궁경부암이 여성암의 5위를 차지한다는 점, HPV 백신의 예방 효과가 매우 높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현명한 주체로 백신 접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부작용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이다. 필자도 가다실9 2차까지 접종을 마친 상태인데 접종 기관에서 아무런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 또한, HPV 백신을 둘러싼 서로 다른 주장들이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2) 해외 HPV 백신 접종과 효과

대한부인종양학회에 따르면 미국(2006년), 호주·프랑스(2007년), 영국(2008년) 등 국가예방접종을 도입한 국가에서 약 64%~97%의 HPV 감염이 감소했다. 영국은 HPV 백신 접종률이 약 85%로, 16~18세 여성에서 HPV 감염 수가 실제로 2008년에 15%에서 2017년에 2%로 감소했다.

The Lancet에 발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호주는 효과적인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 및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도입해 2022년에 10만 명 여성 중 6명이 HPV에 감염될 것으로 나타났고, 2035년에 10만 명 여성 중 4명이 HPV에 감염될 것으로 예측했다. 동시에 호주는 20년 이내에 자궁경부암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고 외신 더 가디언(The Guardian)이 보도했다. 이러한 낮은 HPV 감염자 수는 호주의 높은 예방 접종률, 여성 79%, 남성 73%의 결과이다.

미국 신시내티대한 아동병원 연구팀은 13~26세 여성 1600명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의 효과 여부를 연구했다. 10년 추적관찰 결과,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여성의 HPV 감염률이 35.9%에서 6.7%로 감소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여성의 HPV 감염률도 30%에서 19.4%로 줄었는데 이는 집단면역 효과로 분석되었다. 이에 대해 대한부인종양학회는 “집단면역은 인구집단 내의 다수가 감염 질환에 면역을 가지고 있으면, 백신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춰져 면역력이 없는 삶도 감염 확률이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며 “즉,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사람이 많을수록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도 자궁경부암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살펴볼 수 있듯이 많은 국가에서 HPV 백신이 효과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나라가 HPV 백신을 장려하는 것을 부추기기도 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HPV 백신 접종 정책의 동향과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3) 대한민국 HPV 백신 접종 정책과 문제점

HPV 백신 접종이 갖는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비싼 가격이다. ‘금수저 백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HPV 백신의 가격은 최대 60만 원에 달한다. 2016년 박근혜 정부는 만 12세 이하 여아에 대해 HPV 백신 무료 접종을 시행했다. HPV 백신 접종 비용 부담과 관련하여 백신 접종 지원 확대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적지 않게 있었다.

2021년 8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지원 확대를 요구한 국민 청원의 답변으로 무료 접종 대상자를 만 12세 여아 이하에서 만 17세 여성 청소년 이하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문대통령이 확대하겠다고 밝힌 대상자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확대된 만 13~17세 여성 청소년은 이미 지난 2016년~2020년 무료 접종 대상자였기 때문이다. 2018년 대상자인 2005년생의 경우 82.7%가 이미 백신을 맞았으므로 미접종자수도 매우 적다. 이에 대해 ‘무늬만 좋은’ 또는 ‘생색내기’에 그친 발표였다고 비판한다. 이날 문대통령은 “18세부터 26세 여성에 대해서는 저소득층부터 무료로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점차 대상을 넓혀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였던 이낙연 전 대표는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자궁경부암 퇴치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설명하면서 희망하는 만 18세 이하 남성 청소년도 무료 접종 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남성까지 접종해야 유병률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것이 세계 의학계의 공통된 연구 결과”라고 하면서 “남성이 HPV에 감염될 경우 색식기 사마귀부터 곤지암, 음경암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여성에 대해서만 언급했지만 남성 역시 HPV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며 주의해야 할 내용이다. 앞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여아에 대해서만 백신 접종을 지원하면서 여성의 문제로만 취급하였다. 이낙연 전 대표의 주장처럼 HPV가 남성에게도 치명적이며 남성까지 접종해야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인식이 낮다는 것이다. 가다실을 광고하는 정경호 배우님을 보고 의아해하지 말고 제대로 알도록 하자.

한국의 HPV 접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점은 남성 백신 접종 지원과 여성 백신 접종 지원 확대에 대해서도 더욱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HPV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치명적이지만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은 매우 안심이 되지만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부작용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HPV 백신의 높은 예방률은 HPV 바이러스로부터의 확실한 안전을 보장해 준다. 다만, 무턱대고 믿기보다 의심해 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국내 HPV 백신에 대한 인식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이고 남성 백신 접종 지원은 앞으로의 과제이다.

<참고문헌>

김지현, 「이낙연 "자궁경부암 백신, 26세 여성까지 무료 접종"」, 『n뉴스』, 2021.07.16., https://m.news.nate.com/view/20210716n16688, 2021.11.03.

정임새, 「[기자의 눈] 자궁경부암백신 접종사업과 실효가치」, 『데일리팜』, 2021.08.30., 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279751, 2021.11.03.

주윤지, 「실체 없는 HPV 백신 부작용 우려, 사망률만 높이다」, 『MEDICAL Observer』, 2020.03.02.,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706, 2021.11.03.

최진숙, 「갑상선암,자궁경부암 제치고 여성암 4위」, 『파이낸셜뉴스』, 2003.12.22.,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0&oid=014&aid=0000101239, 2021.11.03.

위키백과

https://brunch.co.kr/@himneyoo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