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조선 | 글_김소엽  사진_신승희
지난 10월 28일,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한국성과학연구소 주최 ‘아담과 이브’ 심포지엄이 있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부부의 성을 진단하고 부부간의 갈등을 최소화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올바른 부부관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고려제일정신과의원 김진세 원장
재미없는 잠자리는 인류의 비극
고려제일정신과의원 김진세 원장은 부부 갈등의 시초는 마음의 병에서 오는 것이며, 행복한 가정을 위한 연금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서두를 열었다.

“부부간의 성적 부조화(sexual disharmony)는 비극입니다. 생물학적 의미에서 부부관계는 인류 역사 존속의 필수조건입니다. 즐거운 부부관계는 그 결과로 탄생할 아이의 장래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영향력 있는 태교인 셈인 것이죠.”

그는 무조건 부부간의 잠자리가 즐거워야 하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부부 이혼의 실질적인 문제가 ‘성격 문제’가 아니고 ‘성적 문제’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현재 대한민국의 부부관계에는 비상이 걸려 있다.

“축구대표팀이야 ‘본프레레’를 ‘아드보카트’로 바꾸면 제 실력을 찾고 온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지만, 부부관계에선 누굴 바꿀 수 있겠습니까? 미우나 고우나 내 남편이고 내 아내인데 잘 다독이고 고쳐서 즐거운 관계를 만들 수밖에 없죠.”

그럼 부부생활에 있어 부부관계는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김 원장은 부부 상담 중에 ‘부부관계가 얼마나 중요하냐?’는 질문을 자주한다고 한다. 각각의 부부는 모두 남과는 다른 그들만의 문제가 있고 부부간의 잠자리 문제 또한 부부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결혼생활이 자동차와 같다면 부부관계는 자동차 바퀴인 셈입니다. 자동차가 경차든 세단이든 바퀴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죠. 물론 트렁크에 있는 비상용 바퀴로 응급상황은 피할 수 있겠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르기 전에 바퀴를 정상적인 것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자동차 자체가 고장나기 마련이죠. 다시 말해 지금 당장의 문제는 없더라도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의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 부산의대 산부인과 교수 김원회
여자들도 자신을 잘 모른다

실제로 많은 부부들이 쉬쉬하고 있지만 각 가정마다 성적 문제는 존재하고 있다. 특히 성적불만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큰데 그 이유는 여성의 몸에 대한 성적 몰지각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의 성과 남성의 성은 기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여성에게도 발기장애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고 여러 종류의 성기능장애를 갖고 있죠. 이런 문제들이 부부관계에 문제점으로 대두되기도 합니다.”

여성의 성기능장애로는 성욕장애, 흥분장애, 오르가슴장애, 통증 등이 있다. 이런 문제들은 종교, 사회적 제약, 자신의 성의식 결여, 죄의식에서 오는 내적 갈등과 과거나 현재의 폭행 경험, 강간, 성적 미성숙에 의한 것, 혼외정사, 성욕 갈등, 성 파트너와의 성격이나 욕구의 차이, 성적 교감 부족, 경제적 문제 등에 의한 것이 원인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 치료를 통한 약물요법과 제대로 된 성교육,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서로가 원하는 목표점을 찾는 것에 있습니다.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갖는 것이 상대방과의 즐거운 관계를 위한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부부클리닉 후 김병후 원장
여자를 너무 모르는 남자들

여성의 경우 ‘수다’라는 매개체를 통해 스트레스나 그 밖의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 대화의 즐거움을 모른다. 여성이 사람간의 교류나 관계를 위해 이야기한다면 남성은 해결을 위해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생각하면 남성은 입을 굳게 다무는 것이다. 남자들은 성에 대해 혼자 배우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과장되게 혹은 너무 다른 정보를 익혀왔다. 심지어 여성의 몸에 관한 논의를 남자들끼리 하기도 했다.

“남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무지할 뿐입니다. 성에 대해 무지하고 여성의 몸에 대해 무지한 것이니 서로 대화를 통해 상대에 대해 알아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실제로 부부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정신적 질병이 있습니다. 흔하게는 불안장애, 우울장애, 성적변태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질병들은 모르기 때문에 오는 경우가 허다하죠.”

불안장애는 지나친 불안이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성적인 기능도 마비된다고 한다. 불안은 ‘혹시 파트너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이를 수행불안이라고 한다. 이는 발기부전이나 성적 극치감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우울증은 아주 흔한 병이에요. 또 치료도 잘되는 병이고요. 우울증에 걸리면 4가지 맛을 잃는다고 하는데 먹는 맛, 자는 맛, 부부관계의 맛이 없어지니 살맛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성적 의욕저하도 문제지만 신체적인 성적 반응마저 무디게 됩니다. 다른 질병의 치료 중에 약물 부작용으로도 흔하게 오는 병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성적 부조화가 있다면 우울증에 대한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성적변태는 인터넷상에 만연되고 있는 성문제의 대다수와 연결된다. 이런 것들은 가학, 폭력, 몰카 등의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스와핑이나 그룹관계 등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이윤수 성과학연구소장
부부관계를 회복시키는 연금술

“배 아프고 열이 나면 내과나 소아과에 가듯이 마음이 불안해서 제대로 성관계가 안 된다거나 우울하고 의욕이 없어 부부관계가 어렵거나, 자신 또는 배우자가 지나치게 비정상적인 성적 관계를 원한다면 당연히 정신과에 가야 합니다. 최근에는 치료 약물이 많이 개발되었고 상담이나 인지치료로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예방이다. 이 소장은 부부관계 연금술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화이며, 이 대화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의 감정을 느끼는 데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고 한다.

“대화를 할 때는 상대의 눈을 보아야 합니다. 이런 자세로 경청을 하면 당연히 상대의 감정이 느껴질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감정적 친밀감이 자라면 이것이 성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즉, 감정적으로 얼마나 친밀하느냐가 육체적으로 얼마나 친밀한가를 결정짓는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예방의 첫째가 대화라면 두 번째는 존중이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행하려 하고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행하지 않는 것이 부부간의 존중인 것이다. 존중하지 않는 부부관계는 폭력일 뿐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커피 타줘’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당신 오늘 귀고리가 예쁜데 커피 한잔 마실 시간 좀 내주시죠’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며 상대를 한번이라도 더 관심 있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연금술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마지막 방법은 바로 공부다. 상대의 마음과 몸은 어떤 상태인지 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서로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한다면 육체에 대한 공부도 쉽고 편안해지죠. 좋은 교재를 골라서 둘이 함께 읽고 시간이 날 때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불편하고 재미없는 부부관계를 기적적으로 즐겁고 재미있는 관계로 만드는, 마치 돌멩이를 금으로 만드는 그런 마술은 없다. 서로 이야기하고 존중하고 공부하는 자체만으로도 부부관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연금술인 셈이다. 오늘, 상대방에게 다정한 한마디 건네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