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에로티스즘의 서두주자인 화가 이혁발(39)이 책을 통해 성을 해부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불기시 작한 한국 에로티시즘 미술의 견인차. 그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육체에 대한 예찬과 성적 욕망, 내면에 감춰진 성적인식, 더 나아가서는 직 접적인 성행위로까지 표현영역 넓히기를 주저하지 않 는다. 스테디북에서 펴낸 이혁발의 에세이 「누가 그림 속 의 즐거움을 훔쳤을까?」는 일종의 성에 관한 나름 의 담론서지만, 미셸 푸코류의 성 담론과는 거리가 있다. 훨씬 더 일차원적이고 즉물적인 수준으로 작가의 성 에 대한 집착은 극히 본능적이며 표현은 직설적이고 말초적이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활보하는 여성들을 보면 존경 스럽기까지 하다. 대담성과 뚜렷한 자기 철학이 없다 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여자 몸의 매력은 곡선 과 곡선의 만남으로 길게 연결되는 몸매 선의 매력 에 있는데, 다리의 미려한 각선미는 그중에서도 별 미이다" 간간이 메를로-퐁티, 조르주 바타이유 등 의 경구가 인용돼 있기도 하지만, 때때로 저자의 발 언은 '레드 존'을 넘나든다. "히스테리 노처녀가 있다고 한다면 그 여자는 아 마 자위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남자하고도 물론 잠자리를 못하는 것은 거의 당연할 것이다. 세상 의 이치라는 것은 음과 양의 조화로 이뤄진다. 몸에 서는 양의 기운을 달라고 아우성치는데 그것을 주지 못하니 히스테리가 나올 수밖에 더 있겠는가" 페미니스트적 가치관이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 는 오늘날의 사회 분위기에서도 저자는 전혀 위축되 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기를 든다. "문제는 지나친 걱정과 과장된 우려가 아닐까? 무 조건 여관은 나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잘못된 인 식에서 출발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처럼 결혼 전 에 자신의 공간을 갖지 못한다면 하룻밤 여관방을 빌 려 아름다운 사랑의 밀어를 나눌 수밖에 없다". 저자의 거리낌없는 성 담론은 매춘 및 호스트바 허 용, 포르노 예찬, 동성애, 양성애, 성전환 등의 문 제로까지 범위를 넓힌다. 다음은 그의 성담론 배경이다. "성은 우리를 태어나게 한 구멍의 역사이며 나를 살아 숨쉬게 하는 '몸'의 역사이다. 그러한 성을 그 린다는 것은 성을 알고자 함이며, 성을 알고자 하는 것은 작품의 주제인 인간을 알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는 사람에 따라 책은 저자의 의도와는 무 관하게 성 상업화의 물결에 편승하고 있다는 비판으 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책에는 작가 자신의 성과 관련된 그림 80점과 최경 태, 임봉규, 이장복, 이병호 등 현대 미술가 37인 의 작품 68점이 실려 있다. 272쪽. 1만1천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