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와 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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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서주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보고
관례적으로 금기되었던 음지의 단어, 여성의 성기를 지칭한 순수 한국말이 연극무대에서 한 여자의 입을 통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 다.
모노드라마의 흥행가능성을 점치며 <2003년 서주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국내 팬들에게 다가온 이번 연 극은 제목부터 자칫 외설 시비에 휘말린 소지가 다분 하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한국말로‘보지의 독 백’정도의 뜻. 굳이 외국어를 사용한 것을 보면 국내 정서의 한계를 실감케 한다.
그러나 작품은 외설하고는 거리가 멀다. 1인극 주인공 인 서주희는 전혀 옷을 벗는다거나 ‘에로’비슷한 어 떤 행위도 보여주지 않는다. 단지 야하게 느껴진다면 여성의 성기를 지칭한 단어를 스스럼없이 내뱉는 그녀 의 말 뿐.
작품은 미국의 극작가이자 시인, 사회운동가인 이브 엔슬러가 5살 어린 소녀에서 75세 노파까지, 아홉 명 여성들의 왜곡돼 왔던 성으로 인해 경험한 에피소드 를 인터뷰 해 엮어낸 드라마형식이다.
‘왜곡된 여성성을 바로 잡는다’는 작품의 취지도 훌 륭하지만 관객의 눈을 뜨겁게 달군 건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던‘서주희’라는 배우. 그녀는 무대에 올라 마 치 토크쇼 진행을 하듯 편안하게 공연을 시작한다. 그 러다 슬며시 관례적 금기어를 내뱉기도 하며 그것의 은어인‘냄비’,‘짬지’라는 말까지 관객의 침묵과 헛기침에도 불구하고 계속 금기어를 언급한다.
그러나 작은 어색함은 신선한 충격을 위한 시작일 뿐. 그녀가 보여준 다양한 인물의 모습은 소름끼치도 록 아름다웠다. 워낙 연기파 배우인 터라 성격연기에 발군의 재능을 발휘하는 서주희지만, 마치 무당이 신 내림을 받아 작두를 타는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와 몸 짓은 서서히 다른 인물로 변해갔다.
좌중을 분개시킬 정도로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 던 성적학대를 겪은 한 어린 소녀의 연기, 75세 노파 로 변신해 말하는 질퍽질퍽한‘홍수(여성의 애액)’에 피소드는 관객의 모든 감각을 무대위로 끌어당기는 마 술을 부렸다.
단연 압권은 서주희가 구사해내는 다양한 신음소리. 목구멍에서 간헐적으로 기어 나오는 듯한 요염한 신음 에서부터 절정의 오르가즘 순간 봇물처럼 터져 나오 는 격정의 신음소리까지 공연장은 온통 그녀의 신음소 리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녀의 야한(?) 모습은 어느 순간 온데간데없 고 맑은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공연장 구석구석에 울려 퍼지는 서주희의 신음소리는 여성으 로서 치러야 했던 억눌림의 해방으로 보였다. 결국 서 주희의 신음소리는 여성의‘성기’가 더 이상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아니라 성스러운 결정체이고, 생명의 원천임을 일깨워주며 공연은 막을 내린다.
11가지 신음소리를 구사하는 광기 어린 서주희의 연기 는 혀를 내두를 정도. 그러나 더욱 더 놀라운 것은 막 이 내린 후 깊은 감동을 받은 듯 숙연해진 관객의 얼 굴이었다.
송영석(bluedaniel) 기자 /오마이뉴스 제공
관례적으로 금기되었던 음지의 단어, 여성의 성기를 지칭한 순수 한국말이 연극무대에서 한 여자의 입을 통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 다.
모노드라마의 흥행가능성을 점치며 <2003년 서주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국내 팬들에게 다가온 이번 연 극은 제목부터 자칫 외설 시비에 휘말린 소지가 다분 하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한국말로‘보지의 독 백’정도의 뜻. 굳이 외국어를 사용한 것을 보면 국내 정서의 한계를 실감케 한다.
그러나 작품은 외설하고는 거리가 멀다. 1인극 주인공 인 서주희는 전혀 옷을 벗는다거나 ‘에로’비슷한 어 떤 행위도 보여주지 않는다. 단지 야하게 느껴진다면 여성의 성기를 지칭한 단어를 스스럼없이 내뱉는 그녀 의 말 뿐.
작품은 미국의 극작가이자 시인, 사회운동가인 이브 엔슬러가 5살 어린 소녀에서 75세 노파까지, 아홉 명 여성들의 왜곡돼 왔던 성으로 인해 경험한 에피소드 를 인터뷰 해 엮어낸 드라마형식이다.
‘왜곡된 여성성을 바로 잡는다’는 작품의 취지도 훌 륭하지만 관객의 눈을 뜨겁게 달군 건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던‘서주희’라는 배우. 그녀는 무대에 올라 마 치 토크쇼 진행을 하듯 편안하게 공연을 시작한다. 그 러다 슬며시 관례적 금기어를 내뱉기도 하며 그것의 은어인‘냄비’,‘짬지’라는 말까지 관객의 침묵과 헛기침에도 불구하고 계속 금기어를 언급한다.
그러나 작은 어색함은 신선한 충격을 위한 시작일 뿐. 그녀가 보여준 다양한 인물의 모습은 소름끼치도 록 아름다웠다. 워낙 연기파 배우인 터라 성격연기에 발군의 재능을 발휘하는 서주희지만, 마치 무당이 신 내림을 받아 작두를 타는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와 몸 짓은 서서히 다른 인물로 변해갔다.
좌중을 분개시킬 정도로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 던 성적학대를 겪은 한 어린 소녀의 연기, 75세 노파 로 변신해 말하는 질퍽질퍽한‘홍수(여성의 애액)’에 피소드는 관객의 모든 감각을 무대위로 끌어당기는 마 술을 부렸다.
단연 압권은 서주희가 구사해내는 다양한 신음소리. 목구멍에서 간헐적으로 기어 나오는 듯한 요염한 신음 에서부터 절정의 오르가즘 순간 봇물처럼 터져 나오 는 격정의 신음소리까지 공연장은 온통 그녀의 신음소 리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녀의 야한(?) 모습은 어느 순간 온데간데없 고 맑은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공연장 구석구석에 울려 퍼지는 서주희의 신음소리는 여성으 로서 치러야 했던 억눌림의 해방으로 보였다. 결국 서 주희의 신음소리는 여성의‘성기’가 더 이상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아니라 성스러운 결정체이고, 생명의 원천임을 일깨워주며 공연은 막을 내린다.
11가지 신음소리를 구사하는 광기 어린 서주희의 연기 는 혀를 내두를 정도. 그러나 더욱 더 놀라운 것은 막 이 내린 후 깊은 감동을 받은 듯 숙연해진 관객의 얼 굴이었다.
송영석(bluedaniel) 기자 /오마이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