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聖)스러운 밤이 성(性)스러운 밤으로.'

  연인들끼리 사랑을 고백하는 날인 밸런타인데이의 의 미가 크게 변질되고 있다. 각 호텔이나 나이트클럽 등 에서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섹시 패션쇼와 섹시 댄스 경연대회 등의 행사를 열고 있는 것. 특급호텔도 '로 맨틱 패키지' 등의 이름으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 는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호텔측은 기혼자를 대 상으로 한 상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날을 챙기 는 것은 대부분 젊은 연인인 게 현실이라 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A호텔의 클럽은 13일과 14일 연인들을 대상으로 한 밸 런타인데이 이벤트에서 외국 모델들이 속옷을 입고 등 장하는 '섹시 패션쇼'를 연다. 패션쇼라는 명분을 내 걸고 있지만 눈요기를 위한 행사라는 지적이 많다.

  나이트클럽들은 이날 대부분 커플 댄스 경연대회를 연 다. 이런 대회에서 1등을 하려면 과감한 노출이 필수 적이라 속옷 노출이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쉽 게 볼 수 있다. 강북의 B클럽은 밸런타인데이 댄스 대 회를 앞두고 성형수술권을 1등 상품으로 내걸기도 했 다.

  호텔들은 10만원부터 100만원이 넘는 1박 상품들을 일 제히 내놓고 커플들을 유혹하고 있다. C호텔의 밸런타 인 패키지 가격은 무려 120만원이다. 최고급 스위트 룸 숙박과 프렌치 레스토랑에서의 식사가 포함됐다고 하지만 어마어마한 가격임에는 틀림없다. 70만원이 넘 는 D호텔의 상품은 실크로 만든 커플 잠옷을 선물로 주고, '로맨틱 배스'라는 이름 아래 장미향이 나는 욕 실에서의 목욕도 포함시켰다.

  C호텔 관계자는 "평소에 꿈꾸기 힘든 수백만원짜리 스 위트룸에서의 1박과 뮤지컬 티켓, 정찬 등이 제공돼 서비스의 질을 따져보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 다"며 "이는 젊은 연인이 아니라 부부들을 타깃으로 하는 상품"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원 양모씨(30)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여자친 구와 함께할 특별한 이벤트를 찾아보다가 대부분이 1 박이 포함된 패키지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대놓고 함께 밤을 보내라고 부추기는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 을 지었다.

김지원 기자 eddie@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