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의 노인의 성(性)문제 어떻게 대처해야 하 나? 홍 미 령* 노년기의 성에 대한 편견 노인의 성적기능 및 성행동에 관한 모든 연구에서는 노인들 역시 성에 대한 기본적 욕구를 가진 존재임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노인을 무성적인 존재로서 단정하는 편견이 강하다. 즉, 대부 분의 경우 노인에게 성적인 욕구는 존재하지 않는 것 으로 여기거나 설령 노인의 성적 욕구의 존재를 인정 한다고 하더라도 그 욕구 충족의 중요성을 간과하거 나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노인은 손자를 돌 보며 옛이야기를 즐기면서 나무가꾸기에만 관심을 갖 는 인간이기 때문에 노인의 성활동은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고 간주하거나, 노후의 이성간의 교류는 풍기문 란을 가져온다는 등의 생각이 자리 잡는다. 심지어 노 인의 성적 욕구의 표출은 사회적으로 빈축을 사거나 노인들의 사랑과 질투를 추한 것으로 여기는 등 의 편 견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인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자연스럽게 표 현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강제된 금욕에 자신 스스로 를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성 자체를 불결 시 하거나, 성을 성교나 자손의 번식을 위한 생식행위 만으로 여기는 등 노인과 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 으면서 근거도 없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문화적 편견 이 사회전반에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 다. 이러한 노인의 성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와 사회적 시 각은 사회의 지배적인 규범이 되어버림으로서 노인의 성적능력은 더욱 쇠퇴하고 노인자신의 성적능력에 대 한 자신감의 상실이 심화됨에 따라 노인의 성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이 더욱 강화 및 확대되어 이러한 노 인의 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은 노인의 성에 대한 여러 가지 편견이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한 계속 될 것이다. 노인의 성(性) 문제에 따른 사회적 문제점 정부를 비롯한 각 기관과 관련 단체마다의 노인복지 에 관한 새로운 구상과 정책은 노인에 대한 경로연금 지급, 노인 의료비 부담 경감, 복지시설 확충 등이 있 지만 수많은 복지 프로그램중 “노인의 성(性)”과 관 련된 내용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동방예의지 국”의 근엄주의와 엄숙주의가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성사회의 분위기가 노인의 성에 대해 언급 하는 것조차 터부시하고 외면하는 실정과 무관하지 않 은 듯하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폐쇄성이 음성적으로 노인의 문란 함을 부추기고 노인의 건강을 해치며 노인 범죄를 양 산한다. 나이와 함께 갇혀버린 성 때문에 노인은 피해 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딜레마 속에 방치되 고 있다. 「밥 먹고 걸어 다닐 힘만 있으면 성욕과 성능력은 사 라지지 않는다」고 의학계는 지적하고 있는데도 성문 제는 우리나라 노인의 삶에서 철저히 무시되거나 방치 되고 있다. 실제로 노인의 성욕에 대해 사람들은 대 개 “노인이 무슨…”, “주책이다”, “노망났다”, “낯 부끄럽다”, 라는 반응을 서슴지 않는 실정이 다. 그러나 입에 올리기조차 꺼려온 이 「노인의 성」 이 지금 우리 사회 일각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 고 있다. 주민 수가 적고 이웃끼리 왕래가 빈번한 시골마을에서 는 어린이 성추행 사건이 가끔 발생한다. “어린아이 들은 상황판단을 못할 뿐만 아니라, 어른이 적당히 협 박하거나 구슬리면 입을 열지 않기 때문에 노인들의 안전한 성추행 대상이다. 어린아이들은 과자를 사준다 거나 하는 식으로 유혹하기도 쉽다.” 더구나 시골은 도시에 비해 보수성이 강하기 때문에 아직도 어른 말 이라면 당연히 순종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 아이들이 많고 이러한 분위기는 아이들을 성추행 피해자로 만드 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이 들은 티켓다방 종업원을 상대로 성욕을 푸는 노인들 도 적지 않다. 비단 농촌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노인 성추행 사건이 심심찮게 물의를 빚는다. 최근 2-3년 사이 언론에 오르내린 노인 관련 성추행 사건만도 여럿 있다.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67세 김모 씨가 친구집에 놀러왔던 여중생을 아파트 지하실로 유 인해 성폭행한 사건, 이웃에 사는 초등학생을 여관에 서 세 차례 성폭행했던 65세 안모씨, 자신의 집에서 혼자 자취하던 여중생을 70대 주인과 아들이 번갈아 성폭행 해 낙태수술을 받게 한 사건, 16세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 한 65세 아버지 이모씨, 손녀 친구 인 6세 소녀를 유인해 성추행한 72세 노인 임모씨 사 건 등이 시사한 바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노년의 성 욕을 ‘주책’이나 ‘정신이상’ 쯤으로 치부하고 외 면하는 사이, 음지에 괸 물은 썩기 마련인 것처럼 사 회가 이를 외면하는 동안 노인의 성 욕구가 ‘어린이 및 청소년 성폭행’이라는 극단적 범죄행위로까지 뻗 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탑골공원을 비롯해 노인들의 쉼터가 되다시피 한 대도시 공원이나 인근 야산 등지에서 심심찮게 벌 어지는 노인들의 매매춘 행위 역시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일그러진 풍경 중 하나 다. 종로구에 위치한 탑골공원은 한겨울에도 1,000여 명의 노인들로 늘 북적대는 「노인천국」이다. 술 취 한 노인의 고함소리와 노랫소리, 시국을 향해 목청을 돋우는 떠들썩함이 가시지 않는 곳이지만 한쪽에선 공 공연하게 매춘거래가 이루어지는 대표적 장소로 떠오 른지 오래다. 매춘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눈맞은 할머 니와 할아버지 중에는 인근 여관을 이용해 그동안 억 눌렀던 욕구를 해결하기도 하고, 30대 후반에서 50대 여성인 이들은 노인과 실직자를 상대로 술판을 벌인 뒤 몇 만원을 받고 몸을 파는「방석아줌마」들의 등장 은 우리 사회의 이중적인 성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또 한 보건소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적 성병 검사에서 성병감염자 수가 10%를 상회하고 있다. 홀로된 노인들과 성관계를 갖고 거액을 뜯어온 "여자 꽃뱀공갈단"에 대해 피해자인 70대 노인이 "후회없 다. 선처해 달라"고 했다는 신문보도 또한 성과 관련 된 우리 노인들의 현주소를 일깨워 주고 있다. 위의 사례 외에도 노인의 성욕 때문에 일어난 사건들 은 점점더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노년 의 성욕을 ‘주책’이나 ‘정신이상’ 쯤으로 치부하 고 외면하는 사이, 한편에서 이 땅의 아이들은 억눌 린 성에 희생자가 되어 육체적․정신적으로 씻지 못 할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 의 사건들이 전부 이상 성격의 노인이 저지른 비극일 까? 우리는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을 해봐야 한다. <노인의 성을 주제로 한 세미나 발표 자료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