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와 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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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여성주의)의 발상지인 서구에서는 남성 들을 '악(惡)'이나 '타도의 대상'으로 몰아붙이던 이 른바 '급진적 페미니즘'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1960-70년대 즈음인데, 최근에는 추세가 다소 완화 돼 남성성과 여성성 자체의 차이는 인정하는 '문화 적 페미니즘' 내지는 '상대적 페미니즘'이 주류를 형성하는 추세다. 물론 서구와 한국의 상황이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국내 여성운동가들이 대부분 서구의 발전사례를 모범 으로 삼는 추세로 미뤄볼 때 서구의 페미니즘 운동이 나아가는 방향은 한국 페미니즘의 향방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할 것이다. 이번에 해냄출판사에서 펴낸 「나는 미소년이 좋 다」(남승희)는 그리 새로울 것은 없지만 지적 다양 성이 부족한 국내 여성주의 풍토에서는 일견 '독창 적인 듯한'나름대로의 남녀평등론을 주창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연세대 국문과 90학번으로 마광수 교수의 애제자라 고 소개된 저자는 최근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는 미스 코리아 대회를 파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여성의 상품화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 라 '여성만' 상품화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 그 의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진정한 남녀평등과 여성해방뿐 아니 라 남성해방까지도 한꺼번에 이루기 위해서는 남성 이 여성의 색(色)을 밝히듯 여성도 남성의 색을 밝히 는 사회를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현재 우리 사회가 남성들이 탐닉하는 여성의 색에 만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것은 따지고 보면 남성이 힘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며 만약 여성도 힘을 갖게 된다면 남성의 색에 대한 관심 또한 당연히 높 아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이치에 따라 '여성만의 상품화'에 반대하 는 저자는 당당히 '나는 미소년이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소 엉뚱한 주장같기도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은 남녀간의 동등한 권리와 상호존중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저자의 페미니즘론은 지극히 건전한 상식에 바탕을 둔 것이어서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또 전통적 페미니즘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고 주장하면서 그 이유로 "여자들은 투쟁이 아니라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저자 가 건전한 상식과 균형감을 갖춘 '보통 여자'라는 사실을 대변해 준다. 성(性)과 섹시함, 페미니즘, 남성과 여성 등에 대 한 단상으로 이뤄져 있는 이책에 실린 글들은 저자 가 다음 포털사이트에 '아말감'이란 필명으로 연재하 고 있는 칼럼 'no culture only styleS'를 모아 다듬은 것이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한 뒤 '비누도둑'이란 이름의 언더그라운드 록밴드를 결성해 홍익대 앞 클럽을 중심 으로 가수 활동을 하고 있다. 209쪽. 8천원.